40대 양산 계약 마침표…2028년 실전 배치 ‘카운트 다운’
노후 기종 대체 핵심 전력 부상…항공 산업 생태계 ‘활기’
‘가성비’ 넘어 성능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기대감도 커져
GE 기술 적용돼 엔진 수출 시 美 통제…기술 자립은 과제

▲이륙하는 KF-21 보라매 전투기.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제공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최초 양산 계약이 마무리되면서 오는 2028년까지 예정된 전력화 계획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로써 노후전투기 대체는 물론 국내 항공산업 생태계 안정과 향후 수출 경쟁력 확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에 따르면, KAI는 방위사업청과 2조 3900억원 규모의 '최초 양산 잔여물량' 계약을 체결해 20대를 추가로 확보했다. 같은 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F414 엔진 80여 기를 6232억 원에 공급하는 추가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체결된 1차 물량인 20대와 엔진 40기를 포함, 기체 40대와 엔진 80기의 주문이 완료됨에 따라 2028년까지 공군 전력화가 확정됐다. 이같이 안정된 물량이 전력화하면 오는 2032년까지 총 120대 체계를 갖추는 로드맵도 현실성을 갖게 된다는 게 방위사업청의 설명이다.
미래 전장 운용 개념에 적합한 4.5세대 전투기 KF-21 개발은 국가 핵심 방위 사업이다.
내년 개발 종료와 동시에 첫 양산기가 공군의 작전운용 시험 평가에 투입되고, 내년 말부터 단계적 인도가 시작돼 2028년 말까지 우선 40대가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이처럼 전력화가 완료되면 공군은 수명 한계에 다다른 1세대 전투기 전력의 절반 이상을 대체해 '포스트 F-4·F-5'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 배열(AESA,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적외선 탐색 추적 장비(IRST, Infrared Search and Track)·국산 데이터 링크를 포함한 항공 전자 계통과 공대공 무장 분리와 기총 발사 시험 통합 시험이 진척되면서 실전 적합성도 이미 상당 부분 검증됐다.
방위산업에서 파급 효과는 더욱 크다. 경남 사천·진주 생산 라인을 중심으로 600여 협력사가 참여하는 KF-21 기체 조립 네트워크가 최소 3년 이상 끊김 없이 가동돼 약 1만 명 규모의 직·간접 고용 유지가 가능해진다.
아울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스마트 엔진 공장이 F414를 면허 생산하며 고내열·경량 부품 기술을 축적, 향후 완전 자립형 '첨단 항공 엔진' 개발로 이어갈 준비를 마쳤다.
방산수출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필리핀·폴란드에서 입증된 FA-50의 '가성비' 성공 사례에 블록Ⅱ 단계에서 내부 무장창·스텔스 성능 강화가 예정된 점 등 KF-21의 성능이 더해지면 전력 공백을 메우려는 폴란드·아랍에미리트·필리핀·사우디아라비아·태국·말레이시아 등이 K-방산의 잠재적 고객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KAI는 이미 올 초 사우디 측에 정식 제안을 전달했고, 내부 무장창·고성능 레이더 흡수재(RAM, Radar Absorbing Material)·기체 매립형 컨포멀 안테나·저피탐 배기 노즐 등을 적용해 완전한 스텔스 기능을 갖춘 파생 모델 'KF-21EX' 개발까지도 공식 발표했다. KF-21EX는 2030년대 후반에서 2040년대 초반 등장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면허 생산해 KF-21 보라매에 2기씩 탑재될 F414 엔진.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남은 과제는 △엔진 국산화 △지속적 성능 개량 △안정적 양산 체계 구축 △수출 경쟁력 확보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엔진 국산화는 미국의 기술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수출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기술이 적용된 무기 체계는 수출 시 미국의 승인이 필요할 수 있어 독자 엔진 개발에 의한 기술 종속 탈피는 수출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우리 군에서 무기 체계를 운용하다보면 주변국으로의 수출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며 “공군이 KF-21을 잘 활용해 외국 군 당국의 관심을 끄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는 블록 1 후속 버전에 맞춰 온전히 국산 기술로 개발한 엔진이 탄생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하겠다"고 덧붙여 말했다.
KAI 관계자도“KF-21 개발과 양산은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의 항공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의 상징"이라며 “많은 어려움에도 관계 기관들의 유기적 협력 덕에 최초 양산 계약을 마무리한 만큼 우리 공군의 전력 강화와 업계 발전에 기여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