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깁인만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대책이 예상보다 더 빨리 더 강하게 나왔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이른바 6.27 부동산 대책이다. 한마디로 가계대출 총량관리 강화이다. 가계대출 총량목표를 하반기부터 당초 계획 대비 50%, 정책대출은 연간 공급계획 대비 25% 감축한다는게 핵심이다, 갑자기 대출 문이 막히자 계약을 했거나 계약을 앞둔 많은 수요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은행창구와 현장은 우왕좌왕 난리도 아니다.
6월 4주차 한국부동산원 주간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을 보면 서울 주간 상승률 평균이 0.43%로 2018년 9월 0.45% 이후 6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성동구 0.99%, 마포구 0.98%는 신기록이다.0.43%, 0.99%가 뭐가 대수라고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주간 상승률이 0.99%는 연간으로 환산하면 52% 상승이다. 10억원 아파트가 1년만에 15억2천만원 올라가는 속도로 올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친 집값이다. 이걸 그대로 방치하는 정부는 없다.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예정되어 있고 아직 국토교통부 장관 인선이 되지 않아 7월 상황보고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서울 한강벨트 아파트값 상승세가 너무 가팔라 더 이상 기다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최근 서울 아파트 상승세가 너무 가팔라 대책이 불가피했지만 기존 민주당과는 다르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했기에 요억제보다 뭔가 다른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했건만 역시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처음으로 집을 사는 생애최초 대출한도까지 줄이고 1주택자가 필요해서 갈아탔는데 보유하던 내 집을 무조건 6개월 이내 팔아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집을 한번이라도 팔아본 사람들은 안다. 아마 시간에 쫓겨 급매로 던져야 할 수도 있다. 집 하나 산 것이 뭐가 그렇게 큰 죄라고 급하게 팔도록 압박을 하고, 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데 1억원밖에 못 빌리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무엇보다 소득과 집값 상관없이 대출한도가 6억원이고 6개월 내 강제로 입주를 해야 한다는 규제가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돈이 부족한 실 수요자가 대출을 받아서 집 하나 사는 것이 이렇게까지 잘못한 일인가? 집값이 오를 수 있는 것이라 수요억제보다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할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씀은 이번 대책 한번으로 공염불로 끝났다. 실 수요자가 집을 사서 집값이 올랐다면 개인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공급을 하지 못하고 수요를 분산하지 못한 국가의 잘못이고 책임이다. 몇 달 정도는 거래량과 상승률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는 있다. 이걸 집값 안정이라 생각한다면 단기 목표달성은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거래량이 줄고 상승률이 둔화된다고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올해 상승 분 정도 반납하는 수준의 하락을 안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쉽지 않을 것 같다.대출규제를 한다고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집 한 채를 급매로 파는 집주인들은 많지 않다.최근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상황을 보면 더욱 더 그렇다. 당장 하반기부터 서울아파트 입주물량은 줄어들어 내년부터 몇 년 간 입주물량 절벽이 된다.기준금리 인하 추세흐름은 변함이 없으며 추경으로 유동성은 더 늘어난다.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한다고 입주물량이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입주물량 부족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재건축, 재개발 사업을 억제하면서 393개 정비사업 구역을 해제한 부작용임을 알아야 한다.
대출규제의 효과는 길어야 6개월이다. 사람들은 규제에 적응을 한다. 6개월 내 입주하라면 입주를 하면 되고, 다주택자를 막으면 1주택으로 하면 되고, 6개월 내 처분하라면 팔면 되고, 처분을 못하면 대출을 받지 않고 전세를 끼고 갭 투자를 하면 된다. 사업자대출을 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도 저도 안 되면 집 안 사고 전세로 가면 된다. 집 안 사서 죽은 귀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안 사도 된다.
다주택자 대출을 원천봉쇄하고 입주를 강제하면 똘똘한 한 채는 더 강해지고 전세가격은 더 올라간다.전세가격 올라간다고 전세대출까지 막으면 월세가격이 올라간다.시장은 누르면 누를수록 반응을 하고 왜곡이 된다. 문제는 심리다. 지금 아니면 서울 아파트를 사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기다려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를 주는 것이 핵심인데 문재인 정부처럼 또 시장을 억누르는 강공책을 선택했다. 문재인 시즌2가 되는 순간 더 이상 시장은 정부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 한번은 실수이지만 두 번은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