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보조금 폐지 초읽기…글로벌 전기차 시장 영향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0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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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국정과제 실현의 핵심 내용을 담은 감세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 곧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3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상원에서 수정돼 넘어온 OBBBA를 표결에 부쳐 찬성 218표, 반대 214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미 독립기념일인 4일 오후 5시 백악관에서 서명식을 열 계획이다.


OBBBA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인 2017년 시행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인 개인 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각종 감세 조처를 영구화하고 연방 정부 부채 한도를 5조 달러(약 6775조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최대 대선 공약인 불법 이민자 차단·추방을 위한 국경 장벽 및 구금시설 건설 비용, 적국의 탄도 미사일 등으로부터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한 '골든돔' 구축을 비롯한 국방비 확대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각종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메디케이드(취약계층 대상 공공 의료보조), 푸드 스탬프(저소득층 식료품 지원) 등 복지 예산 감축과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추진했던 청정에너지 정책 관련 예산 삭감 조처도 들어갔다.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신차 구매 및 렌트에 최대 7500달러(약 1016만원), 중고 전기차 구매시 최대 4000달러(약 543만원)의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것의 폐지 시점이 2032년 말에서 올해 9월 말로 앞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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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존슨(가운데) 미국 하원의장이 3일 공화당 의원들과 감세 법안 통과를 축하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

그동안 미국 전기차 시장이 IRA 정책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온 만큼 이번 감세 법안의 영향으로 미국의 전기차 대중화 속도가 둔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최근 공개한 연례 전기차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판매량이 1400만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BNEF의 첫 하향 조정이다.


보고서는 또 2030년까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비중은 작년 47.5%에서 27%로 낮추고 미국의 전기차 보급률이 글로벌 평균치를 웃도는 시기를 작년 2029년에서 2040년으로 대폭 늦췄다.


BNEF의 이같은 전망은 7500달러의 보조금 정책이 폐지되고 연방 연비 및 배출 규제가 트럼프 1기 수준으로 완화될 것을 전제로 했다.


비영리단체 플러그인아메리카의 잉그리드 맘그렌 선임 정책 이사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특히 저소득층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리비안이나 루시드를 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구매할 것"며 “이번 감세 법안으로 저소득층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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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사진=AFP/연합)

일각에선 감세 법안이 전기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기술발전으로 전기차 구매 비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다양한 전기차들이 새로 출시됨에 따라 전기차 수요가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자동차 평가 플랫폼 에드먼즈닷컴에 따르면 IRA가 통과됐던 2022년 8월 당시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34종이었고 이중 11종은 평균 차량 가격인 4만7500달러보다 낮았다. 그러나 현재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기차 모델은 두 배로 늘어났고 평균 가격을 하회하는 전기차는 19종에 달한다. 여기에 17개 주(州)에서 시행하는 전기차 구매 혜택은 일부 구매자의 가격을 더욱 낮출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버드 대학교 살라타 기후 및 지속 가능성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이자 제너럴모터스(GM)의 전 수석 경제학자인 엘레인 버크버그는 전기차 보조금이 유지됐으면 2030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이 48%에 달하겠지만 해당 정책이 폐지돼도 이 비중이 37%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전기차 도입이 약 2년 정도 늦어지는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은 생각보다 회복력이 강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회사 콕스 오토모티브의 스테파니 발데즈 스트리티 이사는 “자동차 업체들과 딜러들도 정부 수준만큼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어떤 경우에는 닛산 리프를 2만 달러 미만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BNEF는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하거나 저렴해지는 시기를 2028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인식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제이디파워가 지난 5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중 60%는 전기차를 구매할 가능성이 “매우" 또는 “다소" 높다고 답했는데 이는 1년 전과 동일한 수준이다. 또 전기차 구매 및 유지 비용에 대한 우려는 지난 12개월 동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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