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시총 비중 7% 육박…삼성전자 ‘대장주’ 위상 흔들
2분기 실적 눈높이 낮춘 증권가…하반기 반등 기대는 유효

▲뤼튼.
코스피 시가총액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간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전체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며 시총과 시장 비중 모두 축소된 반면,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반도체 주도권 경쟁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69조9773억원(코스피 비중 12.70%), SK하이닉스는 194조1263억원(6.66%)으로 집계됐다. 양사의 시총 격차는 175조8510억원으로, 지난해 초 370조원이 넘었던 수준에서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시가총액 격차는 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가장 좁혀지기도 했다. 이날 SK하이닉스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삼성전자(353조9943억원, 비중 12.12%)와 하이닉스(212조5767억원, 비중 7.28%) 간 시총 격차는 141조4176억원까지 줄었다. 시총 비중도 4.84%포인트 차이로 좁혀지며 역대 최소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주가 차이를 넘어, 시장 내 영향력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까지 코스피 전체 시총의 20% 이상을 차지했던 대표 '대장주'였지만, 현재는 12%대에 머물고 있다. 하이닉스는 1년 전만 해도 4%대 비중에 그쳤으나, 현재는 7%대를 바라보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2147조원에서 2501조원으로 약 354조원 증가했다.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에 따라 코스피는 최근 한 달여간 13% 가까이 상승했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이 흐름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채 11% 상승에 그쳤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4% 넘게 급등하며 시장의 중심에 섰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격차 확대의 배경으로 실적 기대감의 차이를 지목한다.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선도 업체로 부각되며 AI 수혜 종목으로 분류된 반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문의 적자와 HBM 시장 후발주자 이미지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다소 밀리고 있다.
8일 발표될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에 대해 증권가는 기대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DRAM(Dynamic Random Access Memory, 메인메모리로 사용되는 휘발성 반도체))의 비트그로스가 9%로 낮아졌고, HBM(고대역폭 메모리, High Bandwidth Memory) 출하 증가도 기대에 못 미쳤다"며 “NAND(NAND Flash Memory, 비휘발성 저장용 반도체) 역시 수요·공급 불균형이 이어지며 가격 반등이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파운드리 부문도 매출 증가 폭이 제한적이어서 적자 축소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DRAM 업황이 수급 밸런스를 회복하며 가격 상승 구간에 진입했고, HBM 매출도 주력 고객사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디스플레이 역시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와 플랫폼 다변화에 따라 외형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국면에서는 벗어났지만, 향후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HBM 경쟁력 입증이 선행돼야 한다"며 “엔비디아 외에도 HBM 수요처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고객사 기반 매출이 확인된다면 주가도 다시 프리미엄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