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한 달…野 실종된 국회, ‘與與’ 갈등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07 16:06

민주당 강경파 입법 드라이브에 野는 무력

온건파는 실종…‘중도 확장’ 전략 시험대

본회의 개의 지연, 이야기하는 여야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가 본회의 개의 지연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3 조기 대선에서 패배한 제1야당 국민의힘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국회가 여당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각종 입법 과정에서 여댱 내 강경파-온건파의 움직임만 눈에 띄일 뿐 '보수'를 대표해야 할 국민의힘은 '실종'된 상태다. 야당 일각에조차 국회가 '여야(與野)'가 아닌 '여여(與與) 구도'로 운영된다는 자조섞인 한탄마저 나오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각종 개혁 입법 과정에서 야당이 실종된 채 여당 내 강경파와 온건파가 충돌하는 양상이 속속 벌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최민희 위원장과 김현 간사가 방송3법(방송법·방문진흥회법·EBS법)을 강행 처리하려 하자 대통령실이 “숙의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펼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최 위원장과 김 간사 등 강경파들은 “방송 장악이 아니라 방송 개혁"이라며 상임위 단독 처리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검찰개혁에 있어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8·2 전당대회 출마자이자 당내 강경파인 박찬대·정청래 의원은 '검찰청 해체'에 한목소리를 내며 “추석(10월 6일) 전 입법"을 공언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검찰청 폐지·공소청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검찰개혁 4법을 이미 상정했고, 오는 9일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당내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도 이날 본격 가동되면서, 본격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여기에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개혁 입법의 주도권을 국회 몫으로 돌리면서, 당내 강경파의 입법 드라이브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추석 전에 하자고 당대표 후보들이 말씀하시는 것 같다"며 “제도 자체 얼개를 만드는 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기소하려고 수사하는 나쁜 사례가 악화됐다", “자업자득"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핵심 공약인 수사-기소 분리에 후퇴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상법 개정안 논의 당시에도 야당의 반발보다는 여당 내에서 이견이 발생해 조율하는 일이 벌어졌다.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온건파와 “3%룰까지 밀어붙여야 한다"는 강경파간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노란봉투법 논의 과정에서도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강경파와 여당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하며 입법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온건파 간 이견이 생기면서 좀 더 논의를 거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정청래·박찬대 당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정청래(오른쪽)·박찬대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토론회에 참석한 뒤 나와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 지지층의 개혁 요구도 강경파의 속도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 호남권 의원은 “지역구 민원 1순위가 검찰개혁"이라며 “속도 안 내면 무능하다고 욕먹는다"고 말했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도 “호남 지역 민심은 개혁 입법이 더는 지체돼선 안 된다는 절박한 분위기"라며 “내란 사태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민생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는 요구가 바닥 민심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무기력한 대응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상법 개정안과 4일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여야 대립 장면은 거의 없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되지 않았던 '3%룰' 강화 조항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을 강행했지만, 국민의힘은 법사위 단계에서 별다른 이견 없이 합의했다. 31조 8000억원 규모의 추경안 역시 본회의에서 전국민 소비쿠폰 지급안 등을 문제 삼으며 표결에 불참했을 뿐, 큰 저지 없이 통과됐다.


정치권에선 야당이 제 몫을 해줘야 하며, 여당 내 강경파-온건파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권이 중도 지지를 유지하거나 확장하려면 강경파와 온건파가 균형을 이루고, 필요할 땐 온건파가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장치가 작동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중도층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강경파 주도의 입법이 계속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그들도 결국 대통령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대통령실이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있을 땐 걸고, 활용할 건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수위가 없던 만큼, 지금은 정치 일정과 내부 조율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온건·강경 구도처럼 서두를 시기가 아니라, 당내 대표 선거 등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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