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구 인하대학교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

▲강천구 인하대학교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희토류 등 핵심 전략광물 54종의 공급 위험도가 높게 조사됐다. 특히 이 광물들의 중국 의존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위험도는 공급 차질 가능성과 무역 의존도, 경제적 취약 등 크게 3가지 요소가 종합된 것이다. USGS는 54종의 공급 위험도 광물 중 36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였으며 이 중 24종의 주요 생산국이 중국이다. USGS는 고위험군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66%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중국산 광물 의존도는 나타난 수치보다 더욱 심각하다. 미국은 국방의 핵심인 F-35 전투기 한 대 제작에 희토류 약 400Kg이 필요하다. 최신 이지스 구축함에는 희토류 2,400Kg과 구리·철 등 각종 광물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금속광물 수입액은 약 33조 원이다. 여기에 원유와 가스, 유연탄 등 에너지 수입액 약 226조 원을 더 하면 에너지 및 광물 총 수입액은 약 260조 원으로 국가 전체 수입액의 29.6%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세계 5위 수준이고 광물 수입은 세계 10위권이다.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때 해외 자원개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007년 유연탄·우라늄·철·구리·아연·니켈 등 6대 전략광물의 자주개발률이 18.5%에서 2010년 27%로 급상승했으며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리튬·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자급률도 8.5%를 달성했다. 자주개발률은 자원의 수급 구조가 유사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사용했던 용어로 전체 수입량 대비 우리 기업이 통제 권한을 갖고 있는 지분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6대 전략광물의 경우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를 앞세워 자주개발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구리 확보를 위해 미주지역에 대규모 구리 광산을 다수 보유한 캐나다 캡스톤사와 파웨스트 마이닝사의 지분을 인수했으며 이를 통해 미주지역을 관통하는 구리 벨트(캐나다-캡스톤, 미국-로즈몬트, 멕시코-볼레오, 파나마-꼬브레파나마, 페루-마르코나, 볼리비아-꼬로꼬로, 칠레-산토도밍고) 등 생산 1곳과 개발 4곳, 조사 2곳 등 총 7개 사업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의 필수 원료인 희소금속을 집중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2009년 10월 “희소금속 산업 종합 대책"과 2010년 10월 “희소금속 안정적 확보 방안"을 통해 체계적으로 희소금속 확보에 나섰으며 그 결과 이차전지의 핵심 원료인 리튬 확보를 위해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 등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남미 3개국에서 국내 수요의 약 6배 규모에 달하는 물량을 확보했다. 2014년부터 칠레 엔엑스우노 광산에서 연간 4만 톤, 아르헨티나 살데비다 광산에서 연간 1만 2천 톤을 생산하여 반입키로 했다. 볼리비아는 2009년 8월부터 포스코와 광물공사가 공동으로 진출해 연구개발부터 리튬 사업화로 이어지는 구체적 실행 단계까지 이어졌었다.
한편 희토류는 중국의 수출 제한 및 무기화에 대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잔드콥스드리프트 탐사사업에 진출하여 개발 지역을 다변화하고 중국 포두영신 개발사업을 통해 희토 영구자석 1,500톤을 확보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자원개발 생태계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23년 2월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수립했다. 핵심광물 공급 리스크 및 국내 경제적 영향에 대한 분석을 통해 경제 안보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한 33종의 핵심광물을 선정했다. 이 중에서도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공급망 안정화에 필요한 10대 핵심광물(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네오디뮴·디스프로슘·터븀·세륨·란탄)을 우선 관리키로 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10대 핵심광물에 대해 특정국 의존도를 50%대로 낮추고 재자원화를 20%대로 확대키로 했다. 중요한 것은 산업부가 추진키로 한 "핵심광물 확보 전략“이 새 정부에서도 꾸준히 추진되어야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해외 자원개발 성장 속도와 성과는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았다. 치밀한 전략, 과감한 투자, 폭넓은 외교 등이 한국이 자원 빈국에서 자립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튼튼한 초석이었다. 새 정부는 과거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경험을 거울삼아 이미 수립된 정책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자원산업 육성 정책을 실천해 주길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