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6월 4주 전국지표조사(NBS)(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결과를 대선 직전인 5월 넷째 주 조사와 비교해 보면, 국민의힘에 대한 중도층 지지율은 20%에서 11%로 감소했고, 보수층 지지율 역시 65%에서 48%로 하락했다. 이는 중도층 10명 중 9명이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으며, 보수 유권자의 절반가량만이 여전히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보수층에서 절반 정도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은 TK(대구·경북) 지역의 견고한 지지 덕분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국민의힘이 TK 지역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혁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국민의힘은 혁신위원회 출범을 추진했다. 그러나 언론과 정치권은 혁신위의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고, 위원장으로 임명된 안철수 의원이 사퇴하면서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혁신위가 벌써부터 좌초된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힘 혁신 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안철수 의원은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이력을 가진, 국민의힘 내 유일한 중진 의원이다. 또한 그는 영남이 아닌 수도권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면, 안 의원에 대한 기대가 컸어야 했으나, 출범 초기부터 기대감은 제한적이었다. 안 의원 역시 혁신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그가 추구한 방향이 국민의힘의 근본적 혁신, 즉 인적 쇄신을 겨냥한 것이었음에도, 단지 올바른 방향성만으로는 혁신이 실현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혁신을 실행할 '수단'과 '도구'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단' 혹은 '도구'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혁신위에 실질적인 전권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송언석 원내대표는 혁신위의 권한 범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처럼 불투명한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직을 계속 맡기는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안 의원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이 당내 기득권에 의해 제약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주저 없이 직을 내려놓는 성향을 가진 인물이고, 실제로 그는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 둘째는 안철수 의원이 당내에 기반 세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혁신 위원장으로서 결정적인 약점이 될 수 있었다. 근본적 혁신을 위해서는 당내 기득권과 충돌이 불가피한데, 당 내부에 자기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대결을 벌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안 의원 입장에서는 '여론'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민의힘 주류 세력의 행보를 보면, 정치적 생존을 위해 여론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여왔기에, 여론에 기반한 혁신 추진 역시 현실적으로 힘든 선택지였을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국민 상식' 수준의 조치를 '혁신'이라 부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 '상식'조차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 국민의힘의 현실이다. 안철수 의원의 사퇴는 국민의힘에는 뼈아픈 손실이지만, 안 의원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이 분명하다. 국민의힘이 안철수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혁신위원장 자리에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9일 임명했지만 그의 행보는 아직 두고볼 일이다. 어차피 혁신 아닌 것을 혁신이라고 주장할 바에는, 차라리 적나라한 것이 나을 수 있다. 한심한 국민의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