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에너지절약·음성인식 등 탑재 편리성 강화
AI가전 중 에어컨 구매의향 54% ‘선호도 최고’
삼성전자 쾌적제습 등 2025년형 4종 제품 늘려
LG전자 언어·공간 인식 온도·풍량 스스로 조절
단순냉방 벗어나 ‘편의성 극대화’ 기술경쟁 예고

▲삼성전자 모델이 'AI 쾌적', 'AI 절약모드' 등 다양한 AI 기능을 갖춘 2025년 에어컨을 체험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국내 가전시장에서 여름 특수제품인 에어컨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다른 가전제품들이 판매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던 가전업계로선 에어컨 수요 불티 현상이 일종의 단비로 받아들여진다.
더욱이 올해 에어컨 제품의 흥행에는 단순한 더위 요소를 넘어선 '인공지능(AI) 기능 선호'가 크게 좌우하고 있다. AI를 통한 맞춤형 기능 강화가 소비자들의 구매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이 제품 선택 기준을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더울수록 잘 팔리는 에어컨…AI 결합으로 수요 '가속'

삼성·LG전자 에어컨 제품의 주요 인공지능(AI) 기능
▲자료=삼성·LG전자
14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 에어컨은 기온 상승과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대표적인 가전이다. 지난해 폭염이 이어진 여름철에도 제조사별 에어컨 판매가 전년 대비 최소 10%에서 최대 60%까지 증가한 바 있다. 2024년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25.6도)은 197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요 급증의 배경에는 무더위라는 외부 요인뿐 아니라, AI 기술이 접목된 기능 진화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AI 가전 트렌드 리포트 2025'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8명은 같은 가격일 경우 AI 기능이 탑재된 가전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에어컨은 'AI 기능 탑재에 따른 구매 의향'이 가장 높은 제품(53.9%)으로 나타나, 청소기(53.7%), 세탁기(47.5%), 공기청정기(40.0%) 등을 앞질렀다.
오픈서베이는 “AI 가전이 삶의 편의성과 시간 효율을 높여준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기능 고도화를 통한 보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쾌적·AI 바람'…기술 진화에 사활 건 제조사들

▲LG전자가 올 초 선보인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I'. 'AI음성인식', 'AI 바람' 등 다양한 AI 기능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소비자 수요 변화에 대응해 주요 가전업체들도 에어컨 본연의 냉방 성능을 넘어 AI 기반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며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비스포크 AI 무풍 콤보 갤러리', '비스포크 AI 무풍 클래식', 'AI 무풍 콤보 벽걸이', 'AI Q9000' 등 4종의 2025년형 AI 에어컨 라인업을 선보였다.
이번 신제품에는 AI가 실내 환경을 스스로 분석해 쾌적함을 조절하는 'AI 쾌적' 기능, 최대 30%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AI 절약모드' 등이 탑재됐다.
특히 'AI 무풍 콤보 벽걸이' 모델에 적용된 '쾌적제습' 기능은 올해 처음 도입된 기술로, 공간의 온·습도를 자동 제어해 40~60%의 건강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피부와 호흡기 건강을 고려한 세밀한 제습 성능이 강점으로 부각된다.
LG전자 역시 올해 초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I', '휘센 오브제컬렉션 뷰I 프로' 등에 'AI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해 주목받았다. 사용자가 “땀나네", “오늘도 열대야네" 같은 자연스러운 일상 언어를 사용하면 AI가 의도를 파악해 스스로 온도와 풍량을 조절한다.
'AI 바람' 기능은 사용자 행동 패턴과 공간 구조를 학습해 맞춤형 냉방을 제공하며, “내가 좋아하는 온도 알지?"와 같은 명령에도 정확하게 반응한다.
LG전자에 따르면,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중심으로 올해 1~4월 휘센 스탠드 에어컨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반에서도 AI 탑재 모델의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로, 관련 수요가 빠르게 일반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컨은 폭염이 지속될수록 자연스럽게 판매가 늘어나는 품목이지만, 최근에는 단순 냉방을 넘어 AI 기반 편의 기능이 실질적인 구매 결정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술 경쟁이 시장 판도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컨 성수기 진입…업계 '숨통'
기상청은 올해 7~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냉방가전 수요 역시 당분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 입장에서도 여름 성수기 핵심 품목인 에어컨 수요 확대는 반가운 흐름이다. 올해 상반기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 등 영향으로 생활가전 전반이 부진했던 가운데, 에어컨 판매 호조는 실적 방어의 중요한 지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에어컨은 단가가 높은 고수익 품목으로, “에어컨 판매 성적이 가전업계의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