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7조 순매수…삼성전자·알테오젠 담고 기관은 4600억 순매도
개인은 1.4조 팔고 관망…JP모건 “코스피 5000 간다” 낙관론도

▲뤼튼.
7월 들어 국내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반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기관투자가는 주요 대형주를 잇따라 매도하며 사실상 수급에서 이탈한 모습이다. 외국인이 주도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기관의 부재와 개인의 관망 기조가 지속된다면 증시의 추가 상승 탄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7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서 총 1조704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4605억원, 개인은 1조4683억원 규모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유입이 증시 반등을 견인한 반면, 기관과 개인은 차익 실현 및 수동적 대응에 그친 셈이다.
개별 종목별 수급을 살펴보면, 외국인은 △삼성전자(1조4780억원) △알테오젠(1384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220억원) △NAVER(3982억원 순매도) △카카오(563억원 순매수) 등을 중심으로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적극적인 포지션을 취했다. 이는 외국인 자금이 전통 제조·기술주뿐만 아니라 바이오·플랫폼 업종 전반에 걸쳐 매수·매도 양상을 달리하며 종목별 전략적 대응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기관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1510억원) △SK하이닉스(–9550억원) △NAVER(–1324억원) △카카오(–1284억원) △알테오젠(–445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208억원) 등 주요 대형주 대부분에서 순매도를 기록했다.
특히 NAVER의 경우 기관 내 거의 모든 투자 주체가 매도에 나선 가운데, 금융투자(–649억원), 사모(–396억원), 투신(–140억 원)이 전반적인 매도세를 주도했고, 연기금만이 소폭의 매수(+148억원)를 나타냈다.
개인은 종목별로 상반된 대응을 보였다. SK하이닉스, 알테오젠, 카카오 등에서는 순매수세를 보였지만, 삼성전자에서는 1조원 넘게 매도에 나서는 등 이익 실현 중심의 접근이 두드러졌다.
다만 일부 종목에서는 개인의 공격적 매수세도 감지됐다. NAVER는 개인이 약 2000억원 규모를 사들인 반면, 외국인은 약 3982억원 규모로 대규모 매도, 기관은 1324억 원 순매도에 나서며 기관·외국인의 매도세를 개인이 오롯이 떠안은 모양새다.
2020~2021년 '동학개미운동'과 같은 대규모 유입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고 개인 수급의 복귀 여부는 향후 증시의 추가 상승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이 주도하는 단기 랠리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지만, 개인 수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수 하단의 방어력은 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자 업계에선 기관의 수급 이탈과 외국인 주도의 상승세를 두고 “외국인 장세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투자기관들도 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하며, “2년 내 코스피 5000 도달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노무라도 “상법 개정 등 구조적 변화에 따라 한국 증시의 멀티플(주가배수) 확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외국인의 투자 여력은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7월 현재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을 합친 외국인 지분율은 29.31%로, 지난해 9월(30.08%) 이후 30%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만 놓고 봐도 외국인 비중은 32.44%로, 2009년 이후 장기 평균치(33.1%)를 소폭 밑도는 수준이다.
반면 기관은 차익 실현, 보유한도 초과 조정 등으로 인해 존재감을 잃은 모습이다. 정부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간헐적 매수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전반의 흐름을 주도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