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그릇 든 대통령, ‘쇼’가 아닌 제도를 남겨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20 11:09
김하나 정치경제부 기자

▲김하나 정치경제부 기자

“후루룩". 이재명 대통령은 식판 위에 놓인 국그릇을 통째로 들고 마셨다. 지난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찾아 신입 공무원들과 나란히 앉아 점심을 먹은 자리였다. 얼굴 전체가 국그릇에 가려졌고, 식판은 말끔히 비워졌다. 국그릇도 직접 치웠다. 이후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옆모습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소탈한 '보통 사람'의 모습을 보여줬다.




문득 이런 광경이 그리 낯설지 않다. 당장 윤석열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을 찾아 식판에 고추장불고기를 담고 공무원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뒤엔 식판을 퇴식구에 직접 반납했고, 조리사에게 “잘 먹었다"고 인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구내식당을 이용하고선 직원들에게 깎듯이 인사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다른 역대 대통령들도 취임 초 비슷한 이벤트가 있었다.


문제는 취임 초기의 이런 파격 행보와 격식 파괴가 대통령과 정권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명박 전 대통령만 해도 성공한 기업가 이미지로 당선돼 강한 리더십과 실용주의를 내세웠지만, 결국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횡령·배임 혐의로 옥살이를 했다. 윤 전 대통령도 직접 고기를 굽는 등 '소탈'함을 자랑해왔지만 결국 12·3 불법 비상계엄과 각종 비위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통령 뿐만 아니라 모든 공직자의 전통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게 있다. 임기 내내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고, 공금을 절대 사적으로 낭비하지 않는 것이다. 먼저 이 대통령이 관저의 식비와 비품비 등 사적 비용을 자부담하는 전통을 확립해라. 미국은 이미 19세기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동안 실천한 적이 있지만, 이 대통령은 아직까지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도 이를 묻는 에너지경제신문의 질문에 “바빠서 겨를이 없다"며 대답이 없다. '별 걸 다 묻는다'며 귀찮아하는 태도마저 엿보인다.


진짜 파격은 이벤트가 아니라 제도에서 나온다. 국그릇을 들고 국을 마시는 대통령의 '소탈한 한 끼'보다 국민이 알고 싶은 건, 그 식사의 비용을 누가 부담했는가다.




과연 이 제안을 받아 들여 이재명 정부가 공금 집행과 관련해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을까? 출발은 살짝 불안하다. 지난해 국회에서 대폭 삭감됐던 대통령실과 검찰의 특수활동비가 이번 추경을 통해 절반가량 되살아났다. 삭감 당시의 명분은 사라진 채 '내로남불'만 남았다.


국그릇 하나로 시작된 '보통사람 대통령' 이미지가 단지 '쇼'가 아닌 제도화된 정치문화로 이어지는 것. 그것이 이재명 정부가 남길 수 있는 진짜 유산이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5급 신임 공무원 교육생들과 점심을 먹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5급 신임 공무원 교육생들과 점심을 먹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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