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펀드시장 규모가 1200조원을 돌파했다. 상반기 증시 호황 덕분에 최근 3년간 반기 중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채권형·주식형·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대규모 자금이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펀드시장 순자산총액 추이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펀드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137조원(12.5%) 늘어 1235.7조원으로 집계됐다. 펀드시장 규모는 2019년 661.5조원에서 올해 상반기 처음 1200조원을 돌파했다. 2023년 이후 공모펀드 순자산이 연평균 20% 이상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 순자산도 늘었지만, 상승률은 6~9%에 그쳤다.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의 순자산 비중은 각각 42.4%와 57.6%로, 지난해 말과 견줘 공모펀드의 비중이 2.8%포인트 증가했다. 금투협 집계는 공모펀드에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국내 펀드시장은 미국의 관세 정책 우려, 미·중 무역 갈등 등 외부 변수에도 국내 증시가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이며 유입세가 뚜렷했다"며 “특히 MMF, 채권형, ETF 중심의 유입이 시장 전체를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상반기 모든 펀드 유형에서 순자산총액이 늘어난 가운데 채권형 펀드 순자산이 가장 많이 늘었다. 올 상반기에만 40조원 넘게 늘었다.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도 34.2조 늘어나 2위를 차지했다. 주식형 펀드는 29.3조원 늘어 지난해 말 대비 21.9% 증가했다.

▲채권형·주식형·MMF 펀드 유형별 순자산총액 추이
국내 주식형 펀드 순자산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지수가 연일 연고점을 돌파하며 고공 행진한 영향이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월 31일 2481.1에서 2분기 말 3071.7로 늘었다.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은 지난해 말(62.3조원) 대비 34% 늘어난 83.4조원을 기록했다.
기간을 넓혀보면, 2021년 말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총액은 110.8조원에서 이듬해 말 91.4조원으로 저점을 찍고 매년 20% 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높은 변동성을 보인 글로벌 증시 속에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은 투자자 자금이 ETF를 중심으로 대거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채권형 공모 펀드는 순자산총액이 전년 말 대비 38.2% 늘었다. 공모펀드 유형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면서 채권 투자 매력이 주목받고, 다양한 채권형 ETF 상품이 출시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오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채권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났다"며 “투자의 편리성, 투자자 저변 확대 등으로 채권형 ETF가 주목받은 가운데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면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머니마켓펀드(MMF)도 전년 말 대비 올해 상반기 34.2조 늘어난 203.8조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에 견줘 지난해 -1.8% 줄어든 반면 올해 상반기에는 20.24% 늘어나 가파른 상승세다. 올해 들어서 MMF로 연초 자금과 시중 유동성이 대규모 들어왔다. 특히 법인의 여유 자금이 많이 유입됐다.
MMF는 올해도 월초나 분기 초에 법인 자금과 시중 여유자금 유입으로 증가세로 전환하고 월말이나 분기 말에 자금이 유출되는 계절성을 보였다. 오 연구원은 “MMF는 계절성을 갖고 있어 올 연말까지 자금 흐름의 변화가 어떻게 나타날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며 “풍부해진 유동성의 향방에 따라 향후 자산 가격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펀드 유형별 순자산총액 추이
하반기에도 펀드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다양한 신상품 출시로 ETF 성장세가 이어지고, 연금 관련 펀드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 연구원은 “퇴직연금 관련 상품은 디폴트 옵션을 비롯해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따른 성장세가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