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주담대 이자놀이’ 경고에
금융위, 5대 금융협회장 소집
AI·벤처·소상공인 지원 등
자금 유도 방안 논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5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의 '이자놀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전 업권 협회장들과 긴급 간담회를 개최한다. 부동산 중심의 시중 자금 흐름을 생산적 분야로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8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금융투자협회 등 주요 금융협회장들과 간담회를 연다.
이번 회의는 이 대통령 발언 직후 급히 마련된 것으로,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금융권을 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에만 매달리지 말고 투자 확대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국민경제 파이를 키우고 금융기관도 건전하게 성장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전통적인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 중심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미래산업·벤처·자본시장 등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 중점 투자 영역 중심으로 자금이 집중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의 6·27 가계대출 규제가 시행된 후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줄면서 기업대출 등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100조 국민펀드'도 금융권의 대거 참여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AI·바이오·에너지 등 첨단전략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50조원 규모의 모펀드를 조성하고, 금융권과 민간을 매칭해 총 100조원 규모의 펀드를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이 주택담보대출에 머무르기보다는 더 생산적인 쪽으로 돌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금융권 역할을 고민하고 정부 지원 방안도 살펴본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금융권 의견을 수렴하고 제도 개선 등의 작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은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업과 벤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건전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내놓는다. 현재 기업대출에 적용되는 높은 위험가중치가 자본비율 관리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이 기업 투자 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방식을 조정하는 작업도 시작한 상태다.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 하한선을 높이는 대신, 정책펀드나 벤처투자 관련 가중치는 낮추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는 규제 조정에 따른 영향 평가 등을 진행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