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소고기 제외 ‘절충 카드’로 관세 타결 총력…첨단산업 협력도 패키지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30 15:26

“조선·반도체·2차전지·바이오 연계해 국익 중심 협상"

구윤철 부총리, 美 재무장관 베선트와 31일 담판 예정

“미국 양보 수준과 연동돼야…'양보의 대칭성' 관건"

구윤철 부총리,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통상협의

▲한-미 통상협의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예고한 한미 상호 관세 부과 시한(8월 1일)을 이틀 앞두고, 우리 정부가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한 '최종 전략 카드'를 꺼내들었다. 민감 품목인 쌀·소고기를 제외하고, 미국산 콩·밀·옥수수 수입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조선·반도체·2차전지·바이오 등 첨단 전략산업을 연계한 협력 패키지까지 제시하며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30일 정치권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국내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미국 측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절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농산물 부문에선 쌀·소고기를 배제한 채, 미국산 콩·밀·옥수수 수입 확대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품목은 국내 생산 기반이 취약하지만 수요가 높아, 직접적인 농가 반발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란 판단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한국은 미국산 밀 133만4000톤, 대두 63만톤을 수입했다. 이는 일본·베트남·필리핀 등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타결한 전례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미국 측을 설득할 수 있는 '최적화된 수정안'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조선,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핵심 전략 산업 전반으로 협의 범위를 확장해 막판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선 분야는 이미 관심이 높고, 반도체·2차전지·바이오 등도 대한민국이 기여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심도 있는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세 타결의 '키맨'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될 '잠정 합의안' 초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하자마자 러트닉 장관과 2시간가량 통상 협의를 벌였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동행해 3자 협상 구도를 구축했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이미 워싱턴과 뉴욕, 스코틀랜드까지 러트닉 장관을 따라가 수차례 협상을 이어온 바 있다. 구 부총리의 합류로 협상 채널은 재무·백악관 등 미국 내 주요 의사결정 라인 전반으로 확대됐다.


구 부총리는 협상 마지막 날인 31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별도 1대 1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협상 구조상 러트닉 장관이 실무 타결안을 조율하는 '1차 관문'이라면,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종 결정을 건의하는 '2차 관문' 역할을 한다. 구 부총리는 “조선 등을 포함해 한미 간 경제협력 사업에 대해 잘 설명하면서 국익 중심의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회담은 그동안 진행돼온 한미 간 통상 협상의 최종 조율 단계가 될 전망이다.




구 부총리는 관세 협상 타결을 목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과 유럽연합이 최종 타결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합의에 이른 전례를 고려하면, 한국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에서 '이익의 균형'을 철저히 따져야 하는 국면이라고 강조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관세 협상은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거래"라며 “미국 측의 양보 수준과 교감이 선행되지 않는 상태에서 우리의 최종 양보안을 무작정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품목에 대해 얼마나 관세를 인하할지 '양보의 대칭성'에 따라 우리 정부의 최종 전략 카드의 범위도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