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 등 사안 답변 못해
주택 공급 시급한 상황이나 전문성 문제로 지연 우려
무리하게 추진 시에는 文 정권 실패 반복 부담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취임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이끌 첫 주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택공급 확충과 시장 안정화, 부동산 양극화 해소, 국토 균형 발전 등 중책을 띄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문성이 부족해 부동산 급등을 막지 못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 김현미 전 장관의 '데자뷰'가 느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건설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임명된 김 장관은 이재명 정부 초기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과 속도를 좌우할 핵심 인물이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똘똘한 한 채' 선호 경향이 심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만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태다. 따라서 주택 공급을 언제 어떻게 하느냐, 국토 균형 발전 정책과 교통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하느냐 등 김 장관의 핵심 업무가 이재명 정부의 초기 업적 평가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난 6·27 대출 규제 이후 시장이 관망세에 접어들었지만, 연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번복 이후 서울 집값은 언제 치솟을지 모르는 벌집과도 같다. 이에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책이 성급하게 추진될 경우 또 다른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국토부 내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김 장관이 여당의 3선 중진 의원 출신으로 민주당 내 대표적 '친명' 정치인이라는 점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있다. 김 장관은 86세대,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2021년 20대 대선 당내 경선에서 전북 지역 국회의원들 중 유일하게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등 이 대통령과의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실은 김 장관 지명 이유에 대해 “서민의 눈높이에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라고 설명했었다. 이 대통령의 부동산 분야 정치 철학-공약을 강력하게 밀어부칠 수 있는 카드라는 얘기다.
그러나 김 장관이 사실상 부동산·국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약하다는 점에서 우려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위원회 활동도 잠시뿐이었다. 그나마 새만금 사업, 새만금 신공항, 호남고속철도 등 지역 현안만 다뤘고 국토부 전체 업무에 대한 이해는 부족해 보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등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당시 김 장관은 “어떤 분야에 대한 정교한 이해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어떤 일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일들을 집착해서 그 일을 체화해서 집행할 줄 아는 능력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해명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전문성 부족으로 섣부른 개혁 정책을 강행했던 문재인 정부 초 김현미 장관의 '데자뷰'가 아니냐는 걱정까지 하고 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편 등 민감한 사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시장 상황을 충분히 살피지 않고 '속도전'에 나설 경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임무나 판단해야 하는 주요 결정 대상이 비교적 단순하고 일관된 부처가 있는 반면, 국토부는 굉장히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있는 부처"라며 “전문성이 있는 장관이 오면 주요 판단을 신속히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몇 달씩 늦어진다. 정부 초기에는 그런 문제가 생기는데, 실제로는 장관이 결정을 못해도 차관이나 관료들이 밀어붙이면 되나 정권이 바뀐 초기에는 관료들 역시 판단을 못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