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현명한 AI 주권 수호 방법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8.05 10:59

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변호사

양희철

▲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변호사

새 정부 출범 후 정부 차원의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인공지능 산업에 1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하나씩 구체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과학기술이 갖는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예산 삭감을 일삼았던 지난 정부에 비한다면 훨씬 진일보한 정책 방향이라고 보인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각 산업과 사회 각 영역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분기점으로 보이는 현시점에 빠른 대응이 필요하기도 하다.




최근 인공지능 업계에서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사업에 이목이 집중됐다. 널리 알려진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해외 기반 파운데이션 모델에 의존해서는 국가의 안보를 담보하기 어렵고, 향후 격화될 글로벌 경쟁에서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생존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소버린 AI 사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만이 아니라 모델이 학습할 데이터, 학습을 지원할 데이터센터 등 관련 설비까지 독자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인공지능에 투자를 해왔던 많은 기업과 연구단체가 정부의 정책에 호응해 사업에 참여 신청을 한 것은 고무적이다. 정부 사업을 통해 자신들의 성과를 외부에 알리고, 인공지능 산업 전반적에 투자 및 개발이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조적으로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해외 빅테크 기업의 파운데이션 모델에 의존해 왔던 국내 인공지능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안보 위협을 억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의 핵심인 GPU를 독점 공급해 인공지능 산업의 총아가 된 엔비디아의 젠슨 황 대표도 파리 엑스포와 두바이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소버린 AI를 외치며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국가의 소유권을 강조했다. 물론 엔비디아 입장에선 세계 각국의 독자적인 인공지능 모델 개발로 엔비디아의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속내도 있겠지만, 그 방향성 자체는 옳다고 보인다.


특히 공공 부문의 소버린 AI 도입은 여러 가지 필요성이 있다. 먼저 현재 폐쇄망을 통해 관리되고 있는 국가 안보 관련 데이터를 다루면서 해외 서버와 클라우드를 이용할 경우 외부에 정보가 유출될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또한, 해외 인공지능 모델에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도 데이터 이전이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의 신뢰성을 완전히 확보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온프레미스(On-premise) 방식으로 자체 서버와 네트워크를 구축해도 모델 업데이트 등 지속적인 유지·보수 과정에서 보안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고유한 문화와 사회 인식을 반영한 독자 인공지능 모델 보유가 주는 사회적 안정감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기존에 오픈소스로 모델을 공개하던 해외 빅테크 기업도 위험성이 증대되었다는 등 이유로 공개를 제한하려 한다. 이런 오픈소스 모델을 기반으로 했던 중소 개발사는 생존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향후 더욱 빈번해질 이런 상황에 대비해 정부에서 독자적 모델을 개발해 지원한다면 중소 개발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험이 생기는 것이고, 이런 정책을 배경으로 해외 빅테크 기업의 정책에 흔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소버린 AI의 장점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개발은 민간보다는 절차나 목표 달성의 효율성을 고려하다 보니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소버린 AI 개발을 추진하면서 과거 '적정 기술'이라는 불리던 개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해외 빅테크 기업이나 국내 인공지능 모델 개발사들의 모델과 대등한 수준의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면 목표 달성이 요원해질 수 있다. 욕심을 버리고 공공 부문의 수요와 필요에 맞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해 정부와 경쟁할지 모른다는 민간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더불어 민간 부문에서는 국내외 다양한 인공지능 모델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정부가 개발하는 독자 인공지능 모델이 국제 경쟁력을 갖게 된다면 자연히 시장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음에도 독자 모델에 특혜를 준다면 국내 인공지능 산업이 왜곡되어 세계 시장에서 고립될 수 있다. 관세 폭탄으로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멈춰 세웠던 것이 바로 미국 채권 시장이었음을 고려하면 시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정부가 균형 잡힌 정책을 통해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성과를 거두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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