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석탄·석유 사랑’ 어디까지?…이젠 IEA 통제도 넘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8.11 12:22

트럼프 행정부, IEA 2인자 부사무총장 교체 추진
‘IEA 큰 손’ 미국…미국인 부사무총장을 통해 영향력 행사
친화석연료 성향 인사로 교체해 IEA 방향성 변화 시도
“에너지전환 전망 낙관적” 비판…IEA 보고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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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

세계보건기구(WHO), 유네스코(UNESCO), 파리기후협약 등 다양한 국제기구와 조약의 탈퇴 행보를 이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높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제에너지기구(IEA)를 겨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IEA의 2인자 역할을 하는 부사무총장을 친(親)화석연료 성향의 인물로 교체해 자신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 일치하도록 만들려는 구상을 추진 중이다. IEA가 그동안 발표한 보고서들이 넷제로(탄소중립) 실현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움직임은 글로벌 에너지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IEA 부사무총장인 메리 워릭을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도했다.


미국은 정규 예산의 14%를 책임지는 등 IEA에서 핵심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 대신 부사무총장직엔 항상 미국인이 임명돼왔고 미국은 이를 통해 IEA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미 국무부 출신인 워릭 부사무총장은 2021년 4월 27일 당시 파티 비롤 사무총장의 발표를 통해 임명됐으며,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정책을 적극 지지해왔다. 그는 지난 2022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이 주최한 행사에서 “현재 각국의 투자는 넷제로 및 지속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보다 한참 부족하다"며 “청정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미래의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는 최선의 방법이며 온실가스 배출도 감소시킬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IEA와 협력을 이어왔던 미국의 한 관리는 워릭 부사무총장에 대해 “사무총장과 보조를 맞추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워릭 부사무총장은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그는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해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면담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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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지난 4월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메리 브루스 워릭 IEA 부사무총장과 면담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부사무총장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한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신뢰할 수 있으며 IEA 내부에서 싸울 수 있는 사람으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오는 10월 1일부터 IEA에 자금을 중단하는 법안을 추진하는가 하면 미 국무부를 통해 IEA에 압박을 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전직 국무부 관계자는 “에너지부는 지난 3월 워릭 부사무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국무부가 이를 승인하도록 압박했다"고 밝혔다. 당시엔 국무부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그 이후 IEA와 관계를 이어온 직원들이 대거 해고돼 미 에너지부가 다시 시도할 경우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낮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부사무총장직에 친화석연료 성향의 인사로 앉혀 IEA 보고서의 방향성을 전환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행정부 및 공화당은 화석연료 수요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IEA 보고서로 석탄, 석유 등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1기 당시 에너지부 차관으로 지냈던 마크 메네제스는 “모든 사람들이 IEA가 발표하는 보고서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보고서에서 정치적 맥락이 변했다"고 말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6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석유 수요가 2030년 이전에 정점을 찍을 것이란 IEA 전망과 관련, “말도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IEA를 향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은 매년 발표되는 '세게 에너지 보고서'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IEA는 2020년부터 기존의 국가 에너지 정책을 바탕으로 하는 전망인 '현재 정책 시나리오'(Current Policies Scenario)를 '명시된 정책 시나리오'(Stated Policies Scenario)로 대체했다.


명시된 정책 시나리오는 기존의 에너지 정책에 이어 새롭게 발표된 에너지 정책까지 반영했다. 그러나 정책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특정 가정에 기반됐다는 점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과 관련된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해 비롤 사무총장에 발송한 서신에서 IEA가 '현재 정책 시나리오'를 배제한 점을 지목하면서 “에너지전환을 위한 치어리더로 전락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듯 IEA는 올해 발표 예정인 '2025년 세계 에너지 전망'에선 두 시나리오를 모두 반영할 예정이다. IEA 대변인은 “향후 발표될 2025년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엔 '현재 정책 시나리오'가 포함될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IEA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는 통상 10월에 공개됐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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