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범하자마자 시장 불안… 대출 규제 단기책 시행하면서 공급대책 발표 적기 놓쳐
국토부장관, 새 정부 장관 중 가장 늦게 임명… 새 정부 임기 시작 두달 후에서야 인사
대미 관세 협상·한미 정상 회담 등 대외 이슈에 정국 동력 집중… 공급책 우선순위 뒤로
실용 중시 이 대통령, 김윤덕 국토장관에 전권 주고 공급 대책 이 달 안에 발표할 수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신임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
김윤덕 국토교통부장관이 지난달 31일 정식 임기를 시작한 이래 2주일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 발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김 장관이 늦게 취임한 데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한미 정상 회담, 부동산시장 불안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주택 공급 발표 시기가 표류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최소한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에는 발표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3일 국토부 등 정부 당국 대내외 취재를 종합한 결과 주택공급 대책 발표는 이르면 다음 주, 늦으면 이달 말에 발표될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대외적인 돌발 이슈에 따라 대책 공개 시기가 9월로 늦춰질 수도 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미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공약을 통해 주택공급 대책의 큰 얼개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이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크게 흔들리면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곧바로 당국이 공급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 대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을 대상으로 6억 초과 주택담보(주담대) 대출을 금지하는 6.27 대책을 내놨다. 관치금융 특성이 강한 우리나라 특성 상 금융당국의 은행권 통제가 수월한 만큼 주담대를 틀어막는 단기책을 쓴 것이다.
반면 땅 주인 보상문제부터, 주택공급 기관 간 업무 협조 등 이해 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힌 공급 대책은 당장 정부 출범 이후 1개월 이내에 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문제는 국토부 장관 임명이 계속 늦어지면서 주택공급 대책도 계속 미뤄졌다는 점이다. 집값이 요동치면서 시장 안정을 위해 6월 안에 임명되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졌지만 역설적으로 국토부장관의 자리가 무거워졌다. 무수한 하마평 속에 국토부장관은 6월을 넘겨, 사실상 7월을 모두 보낸 뒤에야 인사가 났다.
김윤덕 장관이 사실상 이달부터 임기를 시작했지만 주택공급 대책은 발표시기조차 미정인 상황이다. 7월부터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정부 당국의 에너지가 협상 타결에 집중됐다. 여기에 오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 회담 일정이 정해지면서 또 주택공급 대책은 발표 시기를 종잡을 수 없게 됐다.
다음 주 18일부터 21일까지 을지연습으로 모든 정부 부처, 지자체 등이 비상에 들어간다. 또 이 대통령도 오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통해 국방, 안보 분야 주요 현안을 담판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주택 공급 대책 발표가 다음달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실무 부처에 정책의 재량권을 상당 부분 맡기는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이달 말쯤엔 주택공급 대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7월 미국과의 관세 협상 당시에도 본인이 직접 나서 일선 협상 테이블에 혼란을 주기보다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실무 담당자에게 전적인 권한을 주고 일을 맡기는 실용적인 업무 행태를 보인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다음 주 을지 연습과 다다음 주 한미 정상회담 등 큰 이벤트가 많아 주택공급 대책 발표가 8월 안에 나올 수 있겠냐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일의 우선순위에 따라 형식보다는 효율을 따지는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감안하면 외적 이슈와 관계 없이 당국에서 내부적으로 계속 검토해 온 주택공급 대책을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이달 안에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