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저녁 취임식 대신 ‘국민임명식’ 광화문광장에서 개최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 등 국민 대표 80명이 서명한 임명장 전달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국민임명장을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국정 운영의 모든 중심에 국민을 두겠다는 '국민주권정부' 실천을 다짐했다. 지난 6월4일 취임한 후 73일 만에 대국민 취임식을 겸한 '국민임명식' 자리에서다. 다소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느낌의 '취임식' 대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가치를 실천하겠다는 차원에서 국민 대표들이 직접 임명장을 수여한다는 형식의 행사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연단에 '모든 국민들의 마음을 담아 내겠다'는 뜻의 하얀색 넥타이를 매고 부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입장했다. 이 대통령은 단상에서 국민 대표 80명이 각자의 이름으로 작성한 '국민임명장'을 수여받았다. 국민 대표 80명에는 아덴만의 여명 작전으로 유명한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이세돌 9단, 광주 항쟁 당시 가두 방송을 한 시민 등 국가 발전에 기여한 인사들은 물론 소버린 인공지능(AI) 개발 기업 관계자 등 과거와 현재,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 왔고 이끌어갈 사람들로 선정됐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었다.
이들의 임명장을 받은 이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감사문을 낭독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대한민국 주권자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오직 국민만 믿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향해 성큼성큼 직진하겠다"면서 “국민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임명장을 건네받아 한없이 영광스럽고, 한없이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젊음을 바쳐 국토를 지켜낸 여러분, 땀으로 근대화를 일궈낸 여러분 덕분에 세계 10위 경제 강국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며 “나라에 국난이 도래할 때마다 가장 밝은 것을 손에 쥔 채 어둠을 물리친 여러분이 있었기에 피로 일군 민주주의가 다시 숨을 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위대한 80년 현대사가 증명하듯 대한민국 국력의 원천은 언제나 국민이었다"며 “'국민주권 정부'는 국정 운영의 철학과 비전의 중심에 언제나 국력의 원천인 국민을 두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의 역량이 곧 나라의 역량"이라며 “국민의 잠재력과 역량을 키우는 일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5천200만 국민 한 명 한 명이 행복한 만큼 국력이 커지고, 그 국력을 함께 누리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그 모든 미래의 중심에 위대한 국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이야기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인구 감소와 관련해 “정든 학교가 없어지지 않겠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바람, 마을이 아이들로 넘쳐나면 좋겠다는 어르신들의 소망을 무겁게 받아안고 '함께 잘 사는 나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평화 정착, 국민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접경지역 주민과 참사 유가족을 거론하며 “평화롭고 안전한 나라로 피어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인들과 스포츠 꿈나무들의 땀과 노력을 언급하면서는 “그 꿈에 날개를 달겠다"고 다짐했다.
경제와 관련해선 “기업인이 자유롭게 성장해 세계 시장을 무대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인이 오직 혁신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역경은 전례 없이 험준하지만, 우리가 이겨낸 수많은 위기에 비하면 극복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라며 “하나 된 힘으로 위기를 이겨내고 더 영광스러운 조국을 더 빛나게 물려주자"고 당부했다. 이어 “위대한 대한국민께서 다시 세워 주신 나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임명된 것이 한없이 자랑스럽다"며 연설을 마쳤다.
이날 행사는 가수 이은미의 사전 공연에 이어 10여분간 이 대통령에게 국민임명장이 수여되고 감사 편지가 낭독되는 등 본행사가 진행됐다. 이후엔 지난 12.3 비상계엄 이후 잘 알려진 '다시 만난 세계' 등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미리 신청을 받은 3500명의 일반 국민들이 참석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우원식 국회의장 등 여권 관계자들도 대거 자리했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과 경제6단체장 등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개혁신당 등 일부 야당들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면에 항의해 불참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등도 건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대통령실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상주 외교 사절과 국제기구 대표, 경제 단체장 등을 초청해 기념 만찬을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