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손익 부진 속
투자성과가 핵심 변수
교보생명·한화생명 희비 교차
신한라이프 약진
메리츠화재, DB손보 뒤로하고
삼성화재 추격 박차

▲보험사.
올해 보험사들의 상반기 성적표는 투자손익이 판가름했다. 폭설과 산불 등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와 비우호적인 규제 속에서 본업에서 거둔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했고,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을 가리지 않고 투자성과 격차가 희비를 결정지었다. 보험사 간 순위 변동과 성과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면서 업계 전반의 흐름은 투자손익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졌다.
차보험 손해율·대형사고, 손보사 실적 흔들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별도 당기순이익은 98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 가량 하락했다. 보험손익(7242억원)이 4분의 1 줄었지만, 80% 가까이 불어난 투자손익(6048억원)에 힘입어 '현상유지'에 성공한 셈이다.
2·3위 자리도 바뀌었다. 지난해 상반기 1조원을 넘겼던 DB손해보험의 순이익이 19.3% 축소됐기 때문이다. DB손보도 투자손익(5886억원)이 절반 이상 확대됐지만, 자동차보험 손해율 증가·금호타이어 공장 화재 등의 여파로 보험손익(6704억원)이 38.9% 감소했다.
삼성화재(1조2456억원)의 경우 5.1% 하락했다. 투자손익(6459억원)은 고수익 자산 확대와 부동산 매각 등으로 24.4% 증가했고 건강보험이 선전했지만, 차보험(307억원, -79.5%)과 일반보험(1068억원, -8.3%)이 발목을 잡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화재·메리츠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
반면 메리츠화재는 차보험 등의 비중이 낮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 차보험료 인상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인 만큼 향후에도 유리한 입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치 총량 극대화' 원칙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마진이 적절하게 확보된다면 매출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외형 성장과 실속을 동시에 챙긴다는 목표다.
중위권에서도 변동이 있었다. KB손해보험(5581억원)과 현대해상(4510억원) 모두 보험손익이 축소됐고 투자손익은 늘었지만, 변동폭의 차이가 컸다.
현대해상 보험손익(2984억원)은 59.3% 하락했다. 호흡기 질환 등에 따른 예실차(장기보험), 고액사고(일반보험), 보상원가 상승(차보험) 등이 동시에 발생한 탓이다. 채권투자 확대로 투자손익(2364억원)을 15.8% 늘렸지만, 순이익 45.9% 하락을 막지 못했다.
KB손보 역시 보험손익(5010억원)은 차보험과 일반보험의 부진으로 28% 감소했으나, 대체자산 투자로 투자손익(2624억원)이 163.5% 급증하면서 순이익 감소폭을 2.3%로 방어했다.
생보사 희비 가른 투자손익 격차...하반기도 지속될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
생보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나 혼자만 레벨업' 게임을 하는 모양새다. 사상 최대 보험계약마진(CSM)을 달성한 건강보험을 필두로 순이익(1조3941억원)이 1.9% 상승했다. 삼성생명은 전속·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경쟁력과 자산 다변화 전략으로 토대로 이같은 구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은메달의 주인공은 바뀌었다. 교보생명의 순이익(5824억원)이 5.4% 하락에 그치는 동안 한화생명(4620억원)은 30.8% 낮아졌다. 양사 모두 보험손익은 30% 가량 감소했다. 부채 할인율 인하를 비롯한 제도 변화가 보험계약 수익성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희비는 투자손익에서 엇갈렸다. 한화생명(410억원)은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의 여파로 75% 급감했다. 최근 보험사들이 투자손익으로 본업의 어려움을 만회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향후에는 이자수익 확대로 펀더멘탈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금리 변동에 맞춘 장·단기 채권 교체 매매 △우량채권 및 대출자산 선제 편입 △주식·대체투자를 비롯한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적극적 리밸런싱 전략으로 투자손익(4969억원)을 4.9% 확대했다. 이자와 배당을 비롯한 경상이익 비중도 높였다.
신한라이프(3443억원)의 경우 일시적 요인 소멸로 보험손익(3698억원)은 9.1% 하락했으나, 금융손익(1281억원)은 70.5% 개선됐다. 유가증권 관련 손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이미 별도 기준으로는 한화생명에 앞서는 중으로, 200%에 달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 등 높은 재무건전성을 기반으로 순위 싸움을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도 집중호우에 따른 손해를 안고 시작했고, 법인세에 이어 교육세 인상이 다가오고 있다"며 “앞으로의 성적표도 건강보험과 투자손익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