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스팸·보이스피싱 건수·피해액 눈덩이
“예방으로 피해 최소화”…AI 고도화 주력
고객보호 신뢰로 수익확대 2차 효과 기대

▲LG유플러스 직원이 스팸 차단 시스템을 구동하고 있는 모습.
불법 스팸과 보이스피싱을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금융·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지는 '2차 피해'가 빈번해지면서, 통신사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업계는 보안 역량 강화가 더 이상 부가 서비스가 아닌 본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됐다고 진단한다.
21일 감사원이 발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관 정기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700만건이던 불법 스팸 신고 건수는 지난해 3억6100만건으로 5년 새 21배 급증했다. 특히, 불법 스팸은 단순 광고성 메시지를 넘어 스미싱(문자 내 URL 클릭 유도)·계좌 탈취 등 고도화된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이스피싱 역시 증가세가 뚜렷하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접수된 사건은 1만2000여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다. 피해액은 무려 6400억원에 달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98% 증가한 수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통신사들은 사이버 범죄로부터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한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불법 스팸, 보이스피싱 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을 중점에 뒀다.
LG유플러스는 고객피해방지 분석시스템을 통해 AI가 스팸 문자를 선제적으로 차단한다. 누적된 스팸 데이터와 최신 트렌드를 학습시켜 차단 문구를 상시 업데이트하며, 발신 번호 조작·해외 발송 여부 등을 종합 분석해 대응한다.
KT는 AI 기반 실시간 스팸 차단 키워드 등록 시스템을 운영하고, 변종 스팸까지 대응할 수 있도록 탐지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음성 스팸차단 시스템을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보이스피싱 전화번호를 발신·착신 단계에서 걸러내고 있다. 자체 AI 보안 기술 '스캠뱅가드'를 PASS 앱에 적용해 의심 문자를 탐지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KT 모델이 'AI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 2.0'을 소개하고 있다.
통신 업계는 보이스피싱 예방에도 적극적이다.
KT는 최근 딥보이스 등 AI 변조 음성과 범죄자 음성을 인식해 실시간 탐지하는 'AI 보이스피싱 탐지서비스 2.0'을 상용화했다. 기존 문맥 기반 탐지에 더해 음성 위변조까지 식별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LG유플러스는 자체 AI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에 온디바이스 AI 보이스피싱 차단 기술 '안티 딥보이스'를 탑재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없는 방식으로, 통화 시작 5초 이내에 변조 음성을 판별해 경고한다.
업계는 이러한 보안 서비스가 곧 '신뢰받는 통신사' 이미지를 강화하고, 고객 이탈 방지와 신규 가입자 확보에도 기여한다고 본다. 단순 방어를 넘어 AI 보안 기술이 새로운 수익 기회로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이버 범죄 대응은 고객 보호를 넘어 통신사의 신뢰와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며 “차별화된 AI 보안 기술이 향후 가입자 경쟁에서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