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胃) 속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 골다공증도 예방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8.24 16:02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팀 연구논문 발표

환자 846명 20년 장기추적 관찰…유병률 29% 감소

50세 이상 여성서 특히 효과적…“적극 시도 바람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감나영 교수가 환자에게 제균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감나영 교수가 환자에게 제균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사람의 뼈는 낡은 뼈의 소멸과 새로운 뼈의 생성이 균형을 이루면서 골밀도가 유지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칼슘 등 일부 영양소 및 운동 부족, 인체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새로운 뼈의 생성이 원활하지 않아 뼈가 부러지거나 부서질 위험이 커진다. 골밀도가 낮아져 뼈의 구조와 밀도가 엉성해지는 상태인 골다공증이 잘 생기게 되는 것이다.




골다공증은 여성 성인에서 환자가 남성보다 월등히 많은데, 특히 폐경 전후부터 골다공증이 잘 발생하며, 폐경 이후 노년기 여성에서 골다공증의 유병률이 매우 높다. 골다공증에 걸리면 뼈가 약해져 손목이나 팔, 다리(고관절 등) 주요 관절에서 쉽게 골절이 일어난다. 노년층의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대한골다공증학회 2023년 골다공증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50세 이상 여성 3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유병률이 높아 막대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초래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통계를 보면, 골다공증의 연간 진료인원은 2020년 105만4892명에서 매년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지난해에는 132만6174명에 이르렀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하 헬리코박터)은 위 점막층에 살고 있는 세균이다. 1983년에 처음 확인된 이후 위염, 장상피화생,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림프종, 위암 등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주로 어릴 때 감염이 이뤄지며, 치료하지 않으면 감염이 평생 지속되며 대부분 감염자에서 만성위염이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에서는 헬리코박터 감염을 '위암의 1군 발암 요인'으로 규정했다. 보건당국과 학계는 국내 인구의 절반 이상이 헬리코박터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소화기내과 교수가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는 위내시경 검사를 기반으로 검사가 이뤄진다.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소화기내과 교수가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분당서울대병원

헬리코박터는 소화기에 국한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됐으나 최근에는 △전신 염증 △산화 스트레스 △호르몬 조절 교란 등을 유발해 전신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에 따라 제균 치료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팀을 중심으로 헬리코박터 감염과 당뇨병·고지혈증 등 다양한 대사질환의 연관성을 규명했으며, 제균 치료가 관상동맥질환의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최근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발표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2일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김예진 전문의, 최용훈 교수, 내분비대사내과 공성혜 교수)이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받으면 골다공증 발병률이 크게 감소하며 특히 50세 이상 여성에서 예방 효과가 뚜렷하다는 사실을 규명해 국제학술지(Gut and Liver)에 온라인 게재했다고 밝혔다.


◇ 위염·위암 등 유발 헬리코박터, 당뇨병·고지혈증까지 영향


연구팀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헬리코박터 검사를 받은 성인 846명을 대상으로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최대 2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제균 치료를 하지 않은 그룹의 골다공증 발생률은 34.5%인 반면, 헬리코박터를 성공적으로 제균한 그룹은 24.5% 수준에 그쳐 10%P(포인트)의 발생률 차이를 보였다. 상대적으로는 약 29% 감소한 수치다.


헬리코박터균 치료 여부를 확인하는 호기검사 장면

▲헬리코박터균 치료 여부를 확인하는 호기검사 장면.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이러한 예방 효과는 특히 여성에서 더욱 뚜렷했으며, 50세 이상의 여성 환자에서 가장 효과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남성의 경우 제균 치료 여부와 골다공증 발병률 사이의 유의미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에 고려되지 않던 헬리코박터 감염 여부를 골다공증의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인식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소화기 질환과 대사 질환을 넘어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입증해 의미가 크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헬리코박터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가 위암뿐 아니라 골다공증과 같은 전신의 만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밝혔다"면서 “특히 폐경기를 지나며 골밀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50세 이상 여성 환자에서 가장 예방 효과가 좋은 만큼, 이 연령대의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제균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헬리코박터 감염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며 대변, 구토물, 타액(침) 등을 통한 가족 간의 전염이 주된 경로로 꼽힌다. 보균자의 대부분은 만성위염이 되지만 평생 아무런 증상 없이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20% 감염자에서 소화불량, 속쓰림 등의 증상과 소화궤양(위, 십이지장), 위암 등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만성위염 단계에서 국내에서는 헬리코박터에 대해 특별히 치료를 권유하지 않는다. 하지만 헬리코박터 감염이 원인인 소화궤양, 조기 위암, 위의 림프종이 있다면 반드시 치료하도록 권고한다. 치료 방법은 위산분비억제제와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로 구성된 치료 약을 1~2주일 복용하는 것이다. 또한 약 복용 후 1~2개월 뒤에 제균이 잘 되었는지 꼭 확인해야 질병을 완치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헬리코박터균 이미지. 사진=분당서울대병원

◇ 국내 성인 54.5% 헬리코박터 보유…20·30대 조기 제균 권장


대한상부위장관및헬리코박터학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54.5%가 헬리코박터를 가지고 있으나 그 중 1~2%만 위암으로 발전한다. 김 교수는 “만성위염으로 인해 이미 위축성위염, 장상피화생이 발생했다면 '제균을 하더라도 위암 발병의 감소 효과는 있으나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면 20대, 30대에 제균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위·십이지장궤양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함께 하면 치유가 잘 되고 궤양의 재발을 억제한다. 조기 위암에 대한 내시경 치료 후 제균 치료를 하면, 위의 다른 부위에서 암이 발생하는 빈도가 3분의 1 정도 감소한다. 초기 위림프종은 제균 치료만으로 약 80%가 완치할 수 있다. 조기 위암으로 수술했을 때 제균 치료를 하면 잔여 위에서의 위암 재발률이 낮다. 하지만 헬리코박터에 재감염 될 수도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치료·개선하는 데는 운동과 식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운동 강도는 가벼운 강도와 보통 강도 사이가 좋다. 운동 지속시간은 최소 20분 이상, 1주일에 3일 이상은 해야 한다. 체중이 위아래로 실리는 운동이 특히 좋지만 관절과 척추가 약한 사람이나 환자들은 무리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 음식은 칼슘이 많은 식품을 기본으로 고른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기본이다. 정승기정형외과의원의 정승기 원장은 “운동이 뼈나 근육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운동을 중단하면 빠르게 사라진다"면서 “유산소운동과 더불어 근육이 줄어드는 것을 막고, 근육의 양을 늘리는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공성혜 교수는 “골다공증의 원인은 폐경, 가족력, 칼슘의 흡수 장애, 비타민D 결핍, 약물, 운동 부족, 흡연, 과음 등 다양하다"면서 “위험요인이 있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필요 시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박효순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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