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 석유화학 퍼펙트 스톰] ③ LG화학, 선제적 다각화로 ‘석화 리더 회복’ 담금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03 17:51

‘선택과 집중’ 칼 빼들어 비핵심 자산·인력 구조조정 본격화

위기 상쇄 ‘다각화 DNA’…석화 부진, 첨단소재사업이 만회

미래는 ‘전지 소재’…美 테네시 4조 투자, ‘북미 최대’ 거점

LG화학. 사진=챗GPT

▲LG화학. 사진=챗GPT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나프타 분해설비(NCC)의 연 270만~370만톤 감축을 축으로 한 구조조정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 석화업계 10개사도 연내 자율구조 개편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생존의 기로에 선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위기 실태와 원인, 정부의 관련산업 정책 및 해법 시나리오·실행 트랙을 짚어본 뒤 주요 석유화학업체별 구조개편 선택지와 재무·고용 파급을 차례로 점검해 '누가, 무엇을, 언제' 바꿔야 하는 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국내 석화업계 맏형격인 LG화학 석유화학(석화)사업 부문의 2021년 영업이익은 4조815억원으로 전 사업 부문 합계의 81.2%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듬해엔 1조745억원으로 축소됐고, 급기야 2023년 1434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1분기 565억원, 2분기 904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고착화된 석화업황 부진은 LG화학의 재무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올해 6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LG화학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석화산업의 장기 부진과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차입금 확대가 회사의 재무 구조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로 반영된 것이다.



이같은 안팎의 불리한 사업 환경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LG화학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과거의 유산인 비핵심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대표사례가 역삼투압(RO:Reverse Osmosis) 수처리 필터 사업부의 매각이다.




해당 사업부는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하기 힘든 바닷물로부터 염분을 포함한 모든 용해물질을 제거해 순도 높은 음용수·생활용수·공업용수 등을 얻어내는 해수 담수화에 관한 수처리 과정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전체 매출 기여도가 0.45%(2220억원)에 지나지 않아 신성장동력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 아래 매각이 결정된 것이다.


이밖에 여수공장 직원사택 매각, 청주 분리막공장의 저속라인 가동 중단 등 전방위적인 자산 효율화와 비용 절감 등 자구책을 실행하고 있다.


LG,화학의 구조조정 칼날은 인력에도 향하고 있다. 최근 충남 대산·전남 여수 공장 내 정년을 앞둔 58세 이상 임금 피크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절차에 돌입했다.


이 같은 조치는 정부 차원의 산업 재편 협약 이후 석화업계에서 나온 첫 가시적 조치여서 다른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촉발하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는 '통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는 본격적인 인력 구조 재편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또한, GS칼텍스와 여수 소재 나프타 분해시설(NCC)을 통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선제적인 포트폴리오 재편과 위기 대응 능력은 LG화학을 전통적인 석화기업 중에서 '가장 회복력 있는' 기업으로 만들고 있다.


이는 LG화학의 진정한 강점이 위기를 상쇄할 수 있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에 있다는 평가에 기반한다.


첨단소재사업은 정보통신(IT)·가전 산업의 기술 변화와 자동차 경량화, 전기차 등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에 맞춰 핵심 소재를 개발하고 생산·판매하는 사업이다.


올해 상반기 LG화학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조5388억원, 9144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첨단소재사업 부문의 비중은 매출 5.6%, 영업이익 20.6%를 기록했다. 석화사업 부문이 매출의 39.5%를 차지했지만, 영업이익에선 마이너스(-16.1%)인 점과는 대조를 이룬다.


LG화학 관계자는 “IT·가전, 자동차 산업의 빠른 기술 변화에 맞춰 기술 제품 개발과 고객 맞춤형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엔지니어링 소재와 전지재료 영역에서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경영진의 전략은 명확하다. 범용 화학제품의 비중을 낮추는 대신 전지 소재·친환경 소재·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체 투자의 60% 이상을 신성장동력에 집중하고 있으며, 오는 2030년까지 이들 사업의 매출 비중을 현재 23% 수준에서 50% 수준인 25조원까지 늘리고,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전체 매출 5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LG화학 미래 비전의 핵심에는 전지소재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미국 테네시주에 4조원 가량 투자해 건립 중인 양극재 공장은 회사의 전략적 선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공장은 완공 시 연간 12만 톤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될 예정으로, 단일 공장 기준 북미 최대 규모를 자랑함과 동시에 테네시주 사상 가장 큰 해외 직접 투자(FDI)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생산 능력 확대를 넘어 미국 내 전기차 공급망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전체 양극재 생산능력을 현재 14만톤에서 내년 20만톤로 확대하고, LG에너지솔루션 외 고객사 비중을 40% 이상으로 늘려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차별화된 성능을 위한 연구·개발(R&D) 강화와 생산성 개선을 통한 원가 경쟁력 지속성 확보, 고부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 등의 노력을 통해 스페셜티 소재 사업자의 모습을 갖추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LG화학 관계자는 “전지재료 사업은 고성능 전기차를 위한 하이니켈 양극재(양극활 물질)뿐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는 중저가 세그먼트를 고려해 고전압 미드 니켈, 리튬 망간 리치(LMR) 배터리, 리튬 인산철(LFP) 등의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연구와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전구체 신공정 적용 양극재를 국내 최초 양산하여 성능과 비용, 친환경 측면의 차별화된 맞춤 솔루션을 제공했다"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은 내재화된 원재료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품과 리사이클 원료 기반의 친환경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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