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만화 <슬램덩크>는 농구의 'ㄴ'자도 모르던 주인공 강백호가 농구 천재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아냈다. 만화책에서 신화적인 작품 중 하나다. 강백호와 같은 인물이 경륜계에도 여럿 있다.
비선수 출신 특선급 4명(인치환, 김태범, 박건수, 안창진)이 바로 경륜계 강백호라 할 수 있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 출신도 특선급에 오르지 못하고 은퇴하거나 우수 또는 선발급에서 활동하고 있는 점에 비하면 이들 4명의 활약은 인간 승리의 백미가 아닐 수 없다.
◆ 비선수 출신 신화 원조 작성, 장보규

▲광명스피돔 특선급 경주에서 선수들 출발. 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비선수 출신 특선 4인방에 앞서 강백호 포문을 연 선수는 지난달 24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장보규(1기)다. 용인대학교 유도학과 재학시절 경륜 1기로 입문, 30년 가까이 트랙에서 활약했다. '선행 귀신'이란 별명처럼 선행 전법으로만 통산 322승을 거둬 선행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장보규는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021년 백혈병 진단을 받아 지독한 병마와 싸우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고통을 겪었다. 다행히 친형에게 골수이식을 받은 뒤 복귀를 위해 몸 상태를 끌어올렸고, 결국 올해 3월 벨로드롬에 복귀해 6개월간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 은퇴했다.
장보규가 비선수 출신 신화를 열었다면 박병하(13기, A1, 창원 상남)는 그 정점을 찍은 선수다. 2013년 비선수 출신 최초로 경륜 최고 권위 대회인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현재까지도 그랑프리에서 비선수 출신 선수가 우승한 경우는 박병하가 유일하다.
◆ 군대 후임병 따라 경륜 입문, 인치환

▲인치환 경륜선수(17기, S1, 김포). 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인치환(17기, S1, 김포)은 대학에서 동호회 활동을 하며 사이클 대회에 출전, 일반 부분에서 우승도 했다. 경륜 선수를 준비하다 입대한 손용호(16기, B1, 양주)를 군대 후임병으로 만난 인연을 계기로 경륜 선수가 됐다. 비선수 출신인데도 경륜 훈련원 17기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대상 경륜 우승 3회, 그랑프리 준우승 기록도 있다.
인치환은 현재 42세인데도 여전히 강력하다. 상반기까지 5명뿐인 슈퍼특선(SS)에서 활약했고, 현재는 전체 성적 7위로 내려오기는 했어도 승률 45%, 연대율 63%, 삼연대율 73%를 기록하고 있다.
◆ 장애인 선수 이끄는 패트롤 출신, 김태범

▲김태범 경륜선수(25기, S1, 김포). 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김태범(25기, S1, 김포)은 2016년 취미로 자전거를 접했고,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에 장애인 선수를 이끄는 패트롤로 참가했다. 그때 주변에서 경륜 선수를 권유해 25기로 경륜에 입문했는데 훈련원 졸업 성적은 21명 중 20위 꼴찌였다.
그랬던 김태범이 현재는 전체 성적 20위다. 그야말로 '꼴찌의 반란'이다. 2년차였던 2021년, 연승행진으로 선발급에서 우수급으로 특별승급했고, 이듬해도 시작과 함께 연승을 거듭해 특선급에 진출했다. 이후에도 기량이 계속 올라 올해는 삼연대율이 72%에 달한다.
◆ 박건수 스피드 스케이팅, 안창진 동호인 출신

▲박건수 경륜선수(29기, S2, 김포). 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안창진 경륜선수(25기, S2, 수성). 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출신 박건수(29기, S2, 김포)는 훈련원 29기 수석 졸업생으로 올해 1월 경륜에 데뷔, 단숨에 특선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에 더해 6월 최단기간에 왕중왕전 결승전에도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23세라는 젊은 나이, 182cm, 86kg의 다부진 체격에서 나오는 강력한 다릿심이 가장 큰 무기로 정종진 뒤를 이을 김포팀 차세대 주역으로 거론된다.
동호인 자전거대회 강자가 프로 무대에서도 통한 경우가 있는데 바로 안창진(25기, S2, 수성)이다. 마스터즈 사이클 투어 3회 우승 경험이 있는 그는 2020년 경륜에 입문해 다음해 특선급 진출 이후로 현재 삼연대율 44%를 기록하며 3위권 내 복병으로 꼽히는 선수다.
예상지 경륜위너스 박정우 부장은 “엘리트 선수를 상대로 한 비선수 출신의 눈물과 땀, 끝없는 도전은 그야말로 드라마였다. 오는 12일까지 경륜 31기 경륜 후보생을 모집하는데, 또 다른 비선수 출신 신화 선수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