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산하 에너지공공기관, 대거 환경부 산하로 이동
석유공사·가스공사 등 자원공공기관 산업부에 존치될 듯
원전수출·자원산업, 에너지와 밀접하게 연관…이원통치 부담
전문가 “재생에너지 늘리는 것에만 신경쓰겠다는 취지로 보여”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및 정부조직 개편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 전담 부처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지난 7일 최종 확정했다. 환경부 전체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을 묶어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전면에 내세운 조직개편이다.
다만, 원전 수출과 석유·가스·광물 등 자원산업 관련 정책 기능은 산업부에 남긴다는 방침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둘러싼 전기요금 인상, 관리부처 이원화 등의 우려가 적지 않은 만큼, 이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관건으로 보인다.
에너지기관 대거 환경부로 이사, 석유공사·가스공사·광해광업공단 존치 유력
이번 개편으로 산업부 산하였던 한국전력공사, 한전 산하 발전공기업, 지역난방공사, 한국에너지공단, 전력거래소 등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로 이동할 전망이다. 이들은 향후 기상청,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등 기존 환경부 외청 및 산하기관들과 나란히 배치돼 탄소감축 임무를 수행한다.
기존 산업부 체계에서 에너지 안보·산업 성장이 우선됐다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감축 로드맵 이행, 국제 기후규범 대응이 핵심 과제가 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확정한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대해 “그간 탄소중립은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서 강력한 컨트롤 타워로의 중요성이 강조됐지만 현행 분산된 체계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질적 총괄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일관성 있고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환경부와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통합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하겠다. 다만, 산업과 통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자원산업과 원전 수출 기능은 산업부에 존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후에너지환경부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부처 신설 이후 산업계와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전기요금 인상, 에너지 안보 약화, 산업 육성 위축 우려를 최소화하는 것이 과제다.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광해광업공단은 산업부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갈 가능성이 높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에너지 부문은 자원 산업과 원전 수출에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한수원 등을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이원 통치하는 데 따른 부처 간 '불협화음' 문제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전기요금 인상·에너지 안보 약화·산업 육성 위축·이원통치 부작용 우려도
정치권에서도 산업계를 대변해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5일 “규제 중심의 환경부가 에너지 진흥을 총괄하면 두 업무가 충돌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새 부처 아래서 한전의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요금·원가·수급 안정성에 대한 산업계 우려를 정책 설계 단계에서 일정 부분 반영하지 않으면 현장 수용 한도를 넘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석탄·가스발전을 운영하는 발전공기업들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체제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할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동시에 전력을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고유 책무와 기후위기 대응 목표 사이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해 기준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는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약 56%를 차지했다. 아직 발전 부문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화석연료 비중을 줄여나가면서도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산업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한수원 이원 통치도 변수다. 한수원은 원전 및 수력 발전사업자로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대형 원전 수출 쪽은 산업부가 통상과 함께 총괄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원전정책과 산업부의 수출정책이 분업화되는 만큼, 원전 수주 속도전에 차질이 없도록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도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에너지 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LNG 공급과 발전사업 간 연계성 약화가 우려된다. 지난해 기준 LNG 발전 비중은 전체의 약 28%로,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상 가장 비싼 발전원인 LNG 발전 비용이 전력도매가격(SMP)을 좌우한다. 가스공사의 장기적인 LNG 수급 계획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추진할 발전계획에 따라 정해진다.
가스공사가 산업부에 남고 발전공기업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동하면 연료 조달·발전운영 체계 사이의 조정 비용이 생길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다보면, 안정적인 가스수급에는 소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생에너지에만 신경쓰겠다는 취지"…국내 원전 정책 수출과 충돌 가능성
반면, 환경부 산하에 있던 기관들은 조직개편이 업무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대체로 담담한 분위기다. 환경부 외청인 기상청의 날씨 예보·기상정보 제공, 한국수자원공사의 물관리·수량·수질 통합 운영과 친환경 물에너지(수력·소수력·수열 등) 보급, 한국환경공단의 환경개선 사업과 자원순환 촉진 등은 기후환경에너지부 산하에서도 크게 달라질 일은 없다는 평가를 받기 떄문이다.
조직 소속은 바뀌지만, 현장에서 수행해온 핵심 기능은 연속성을 유지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기상청이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듯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하라는 요구는 더 받을 수 있어 보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안보·산업성장이라는 두 축의 균형을 잡으면서도 이원 통치에 따른 부작용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는 “정부의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안은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에만 신경 쓰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원전 수출이나 자원 산업은 산업부가 알아서 잘하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국내 원전을 제약하는 정책들을 내놓을 수 있는데 이는 원전 수출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며 “석유나 가스도 당장은 쓸 수밖에 없는데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