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 전면 도입 요구
26일 총파업 투쟁 예고
은행권, 정부 조직 개편에
실무 담당부처 변경 불가피
“현업바빠 노조 이슈 관심無”
“파업하면 역효과” 우려도

▲금융노조는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사측에 임금 5% 인상, 주 4.5일제 전면 도입, 신규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다.
은행권이 정부 조직 개편과 9·7 가계대출 추가 규제 등으로 혼란이 불가피한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가 이달 2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금융노조는 시중은행, 지방은행, 국책은행 등이 소속된 곳으로 주 4.5일제 전면 도입과 임금 5% 인상, 신규 채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작 은행권 현장에서는 시시각각 바뀌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파업에 관심을 가질 여유조차 없다는 반응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사측에 임금 5% 인상, 주 4.5일제 전면 도입, 신규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2.4%의 임금인상을 고수하며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결국 금융노조는 이달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26일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장시간 노동은 저출생과 지방 소멸을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이라며 “주 4.5일제는 고액 연봉자의 요구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직면한 복합 위기를 풀어낼 구조적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주 4.5일제를 통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면, 초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은행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9·7 부동산대책이 새롭게 시행되는데다 내년 1월 2일부터 경제부처까지 대대적으로 개편돼 관련 내용을 따라가기에도 벅찬 분위기다.
우선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한다. 기재부의 예산 기능은 기획예산처가 맡고, 재경부는 경제성장률·물가·고용 등 거시 지표 관리와 금융정보분석원을 포함한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담당한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위원회로 명칭을 바꿔 감독 기능에만 집중한다. 금감위 산하에 금감원과 기존 금감원에서 분리된 금소원을 두고, 금감원과 금소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 분리로 기존 금융위, 금감원이 담당하던 업무가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 등 4곳으로 쪼개져 정부 조직이 자리 잡기까지 업무 혼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각종 금융정책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서울과 대전 등을 오가며 부처 4곳과 소통해야 하고, 각 기관마다 이해관계가 다를 경우 이를 조율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주 4.5일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6·27 대출 규제를 내놓은 데 이어 9·7 부동산대책까지 발표한 점도 은행권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정부 정책에 맞춰 전산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8일)부터 무주택자의 규제지역(강남3구·용산구)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기존 50%에서 40%로 강화하고, 주택매매·임대사업자의 주담대는 전면 금지한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는 2억원으로 일괄 축소된다.
이렇듯 금융권에 시급한 현안들이 많다보니 금융노조의 4.5일제 요구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실제 은행 실무를 관할하는 부처까지 변경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4.5일제 도입 논의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이라며 “지금도 정부가 은행권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데, 이번 투쟁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 4.5일제와 같은 거시적인 어젠다까지 관심을 갖기에는 현업이 너무 바쁘다"며 “4.5일제가 시행되면 영업점 채널 개편, 고객 불편 해소, 급여 조정 등도 다뤄야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