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다주택자 규제차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강화
갭투자로 인한 부동산 자금 유입·집값↑ 억제 차원
전세의 월세화 부작용 불가피…취약계층 부담 커져
“금액대 낮은 아파트 위주 월세 전환 이뤄질 것”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주택 전월세전환율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9·7 대책을 통해 유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축소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가격대가 낮은 아파트 매물부터 월세 전환이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다주택자 규제의 일환으로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 기존에는 주택매매·임대사업자의 경우 규제지역은 담보인정비율(LTV) 30%, 비규제지역은 60%가 적용됐다. 그러나 8일부터는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LTV 0%)됐다. 강남3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의 LTV도 40%로 강화됐다.
또, 전세대출 한도도 함께 줄였다. 기존 수도권 1주택자 전세대출 한도는 보증기관별로 △서울보증보험(SGI) 3억원 △주택금융공사(HF) 2억2000만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2억원 등으로 각각 상이했다. 정부는 8일부터 한도를 모두 2억원으로 일원화해 최대 1억원 감축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조치는 대출 규제를 통해 주택 매매 및 전세 시장의 유동성 공급을 축소하고,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시 부동산으로 자금이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출 문턱 높이기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의 전세대출 축소가 2015년 이후 급격히 불어난 전세대출의 부작용을 고려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2015년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도입 이후 대출 기준이 완화되고 한도는 늘어나 전세대출이 급증해서다. 이로 인해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다른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성행하며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과거 민주당 정권의 정책 기조와 비교하면 강력한 규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다만 전세의 월세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는 부작용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차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주거취약계층이 가장 큰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이다. 월세 증가는 곧바로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주택 전월세전환율은 4.25%를 기록, 2018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월세 수요도 크게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월세수급지수는 103.2로, 2021년 10월(110.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의 월세 비중은 63.9%로, 2020년 전체 70.5% 가량이었던 전세 비중과 비교하면 전세와 월세의 주도권이 뒤바뀌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서울 아파트 입주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출 규제 강화로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활용해 잔금을 치르기 어려워져 서울 아파트 입주율이 다소 감소했다는 진단이다. 일부 집주인들은 연체 위기를 맞아 월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 등으로 부동산 매입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다주택자가 선호하는 서울·수도권 신규 분양은 여전히 인기가 높다"며 “입주를 포기한 매물이 나오더라도 금세 소화될 것으로 보여, 입주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규제는 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일반적으로 아파트 매물에서는 전세 선호가 여전하지만, 금액대가 좋지 않은 아파트의 경우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