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모험자본 공급’ 내세운 정부, 자금조달 끊긴 코넥스 돌아봐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24 14:47
최태현 자본시장부 기자

▲최태현 자본시장부 기자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금융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생산적 금융'이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금융은 부동산 담보 대출에 쏠리며 경제의 혈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가계자산의 64%는 부동산에 묶였다. 부동산에 공급된 금융권 자금도 GDP 대비 비중이 9년 전에 견줘 1.5배 늘었다. 금융이 오히려 성장 동력을 제약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이를 뒤집기 위한 해법이 기업과 혁신으로 자금 물꼬를 돌리는 '생산적 금융'이다.




생산적 금융의 핵심 축은 모험자본이다. 모험자본은 단순한 창업 자금이 아니라 기업 성장 단계 전반에 걸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한다. 초기 스타트업, 도약을 모색하는 혁신기업, 정체기에 들어선 기업의 사업 재편 등에 모험자본이 제때 뒷받침되어야 기업 생태계의 선순환이 가능하다. 문제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이 자금의 순환고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표적 사례가 한국거래소의 코넥스 시장이다. 2013년 창설된 코넥스는 중소·벤처기업 전용 시장으로, 본래 코스닥 이전 상장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기대했다. 그러나 2018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꺾이며 침체에 빠졌다. 상장사 수는 2017년 154곳에서 현재 116곳으로 줄었다.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 수는 두 건에 불과하다. 2022년 개인 투자자도 코넥스에 자유롭게 투자하도록 문턱을 낮췄지만, 거래 유동성은 여전히 낮다. 코스닥 상장 요건이 완화되면서 기업들이 굳이 코넥스를 거치지 않는 것도 시장 위축을 불렀다.



이처럼 코넥스가 제 기능을 못 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기업으로선 상장해도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고 투자자로선 거래가 없어 매력이 떨어진다. 코넥스의 독특한 지정자문인 제도는 기업 발굴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였지만, 인센티브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 결과 코넥스는 모험자본 회수 시장이라는 본래 목표에서 멀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차라리 코넥스를 코스닥에 통합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사실상 '죽은 시장'을 유지하기보다는 코스닥과 연계 속에서 회수 경로를 명확히 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를 완화해도 시장 참여자들이 외면한다면 근본적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생산적 금융의 비전은 분명하다. 부동산 대신 기업으로, 대출 대신 투자로 돈이 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코넥스의 실패는 냉정히 진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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