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국수 논란’ 그 이후···월성원자력본부,성과 과시에 매몰된 공공기관 홍보 (2)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26 08:41

결재 수차례 거쳤는데…문제 제기 한 번 없었다"




“성과 자랑에 매몰된 홍보, 주민 존중은 실종"


“주민 목소리 배제한 일방 통보식 홍보의 민낯"



​'무료 국수 먹었잖아'라는 문구가 적힌 월성원전 현수막은 단순한 문구 실수로 끝나지 않았다. 공공기관이 지역민과 어떻게 소통하고 홍보를 설계하는지 그 이면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사건이었다. 본지는 2회차에서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공공기관 홍보 시스템의 허술한 실태를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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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수원 본사 전경

글 싣는 순서


1:논란의 본질


2:공공기관 홍보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


3:신뢰 회복을 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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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욱 한수원 사장 직무대행

검증 장치 무너진 홍보 시스템


월성본부는 “표현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현수막이 경주 시내 곳곳에 걸리기까지 여러 단계의 결재와 검토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거르지 못했다는 것은 내부 견제 장치가 사실상 무력화돼 있음을 보여준다.


경주 출신 대학 강사 정모(45) 씨는 “결재를 거쳤음에도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건 조직 내에서 비판 기능이 마비돼 있다는 의미"라며 “위에서 시키면 그대로 따르는 문화가 굳어졌다는 신호"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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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자력본부가 경주 시내에 내걸었던 현수막 모습

성과 과시 중심의 홍보 관행


​세금 납부액이나 후원 실적 등, '성과 과시형 홍보'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배경으로 지목된다.


홍보학 전문가인 동국대 한 교수는 “공기업이 국민 세금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생색내듯 홍보하는 순간, 주민들은 조롱당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며 “국수 한 그릇 문구는 상징적인 실패"라고 지적했다.



◇주민 목소리 외면한 구조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제작되는 홍보물은 결국 기관이 하고 싶은 말만 담게 된다.


경주시 양남면 최모(61) 씨는 “우리가 바라는 건 안전 보장과 생활 대책인데, 현수막에는 숫자 자랑만 가득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성동동 주민 박모(48) 씨는 “원전 옆에서 사는 건 늘 위험을 감수하는 일인데, 기관은 늘 보여주기식 행사만 한다. 주민 마음은 어디에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오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장모(55) 씨도 “현수막을 보는 순간 '우리한테 해준 게 국수 말고 뭐가 있냐'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났다"며 “정작 중요한 건 안전 관리인데 홍보물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월성본부의 해명


월성본부 관계자는 본지에 “성과를 알리는 과정에서 주민 눈높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 인정한다"며 “앞으로는 홍보물 제작 시 주민 자문단을 신설하거나 의견 수렴 절차를 강화하겠다. 내부 승인 절차도 단순 결재 형식이 아닌, 다각도의 검토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남은 과제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홍보가 '성과 과시'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주민 존중, 투명한 정보 공개, 그리고 참여 구조 마련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이라는 것이다.


월성본부 현수막 사태는 결국 홍보 실패가 단순한 문구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주민 목소리를 배제한 제도적·구조적 허점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



손중모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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