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0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의결
과기부총리 체제 본격 출범…과학기술·AI 정책 총괄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4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내달 1일 출범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정책 기능을 이관받아 '에너지전환정책실'과 '전력산업정책국'을 신설하고 재생에너지정책국을 세분화하는 등 조직을 대폭 개편한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믹스 전환을 가속화할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경제·에너지 전환 전략이 본격 궤도에 오른다는 평가다. 검찰청은 폐지돼 수사·기소가 분리되며 기획재정부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신설 재편되기도 한다.
정부는 30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한 4대 쟁점 법안을 심의·의결했다.
내달 1일부터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개편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 기능이 이관되며, 기존 '에너지정책실'은 '에너지전환정책실'로, '에너지정책국'은 '전력산업정책국'으로 각각 재편된다. 전력망정책국과 수소열산업정책국 신설, 재생에너지정책국의 세분화 등도 단행돼 재생에너지 전환에 집중하는 구조를 갖췄다. 이로써 환경부는 2차관 체제와 4실·4국·14관·63과, 정원 829명의 공룡 부처로 거듭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명칭이 바뀐다. 통계청과 특허청은 각각 국가데이터처와 지식재산처로 격상해 국무총리 소속 처(處)로 재편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폐지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신설된다.
검찰청은 1년 유예를 거쳐 내년 10월 2일 폐지되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출범해 역할을 대신한다. 이에 따라 78년 역사를 이어온 검찰청은 문을 닫게 되며, 수사는 중수청이, 기소는 공소청이 전담하는 수사·기소 분리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는 3개월간 준비 기간을 둔 후 내년 1월 2일부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된다. 2008년 통합 이후 18년 만에 간판을 내리고, 재정·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재편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총리급 부처로 승격됐다. 2008년 폐지된 과기부총리 체제가 17년 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인공지능(AI) 정책을 전담할 인공지능정책실을 신설하고, AI 인프라 확충과 인재 양성 등 국가 AI 혁신을 총괄·조정한다. 내년 35조원 규모로 확대되는 연구개발(R&D) 예산도 부총리가 직접 심의·조정할 수 있게 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2008년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대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설치법도 의결됐다. 법안이 다음달 1일 공포되면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돼 현 정부·여당과 마찰을 빚어온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임기 종료로 자동 면직된다.
이밖에도 △국회법 개정안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함께 의결됐다. 이에 따라 국회 상임위원회 명칭이 조정되고, 위원회 종료 이후에도 증인 위증에 대한 고발이 가능해진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선 지난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등 잇딴 악재로 '웃음기'가 사라진 이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을 향해 정색으로 질책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국정자원 화재 사건의 주무 장관인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계 “이제 상황 파악은 다 됐겠죠"라며 “실시간 데이터 백업도 규정상 하게 돼 있는 데 실제로는 엉터리로 하지 않았냐"고 추궁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겐 “'동시 사망사고 5명 발생하면 회사 망하는구나' 생각할 수 있게 해 놓아라. 법령 개정 필요하면 빨리 해달라"고 재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행해선 “검사들이 되도 않는 거 기소해서 항소하고 상고하고 국민에게 고통 주는 것을 왜 방치하냐"고 꼬집었고, 김민석 국무총리에선 자살 방지 대책의 진척 정도를 캐물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에겐 “처음 오셔서 그런 것 같은데, 정확히 파악하시고 말씀하시는 게 좋겠다. 판단과 결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