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하에도 웃지 못하는 국제유가…50달러대 저유가 오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0.02 15:11
VITAL ENERGY-M&A/CRESCENT ENERGY

▲(사진=로이터/연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국제유가는 여전히 맥을 못추고 있다. 글로벌 원유 수요 둔화 속에 공급 과잉 우려가 확산한 탓이다. 시장에선 이르면 올 연말께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0.95% 하락한 배럴당 61.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지난 3거래일 동안 5.55% 급락하며 약 1개월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지난달 26일까지만 해도 65.72달러를 기록해 반등세를 보였지만 이후 연속 하락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 역시 1.03% 하락한 65.35달러를 기록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유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을 받는다. 연준은 지난달 금리를 4.0~4.25%로 0.25%포인트 인하했고, 연내 2회 추가 인하를 시사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연내 2회 추가 인하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금리가 10월에 3.75~4.0%로 0.25% 인하될 가능성이 99.0% 확률로 반영되고 있다. 이 확률은 1주일 전만 해도 85.5%였다. 같은 기간 금리가 12월에 3.50~3.75%로 인하될 가능성도 60.5%에서 86.9%로 급증했다.




통상 연준의 금리 인하는 달러 약세로 이어지는 만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호재로 작용한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약세는 원유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보이게 만들어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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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간 WTI 가격 추이(사진=네이버금융)

그러나 중동 산유국들의 증산 움직임, 지정학적 긴장 완화, 미국 내 수요 감소 등이 맞물리며 유가를 짓누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의 확대 협의체인 OPEC+는 오는 5일에 회의를 열어 11월에 하루 50만배럴 가량을 증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10월 증산량인 하루 약 13만7000배럴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번 증산은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그동안 미국 셰일 업체들에게 빼앗긴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OPEC+ 대변인이 블룸버그에 말했다. 또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저유가를 선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하기위해 다음 달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


BOK파이낸셜의 데니스 키슬러 트레이더는 “트레이더들은 글로벌 시장에 원유가 추가로 공급되는 것을 유가에 부정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 원유 재고도 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까지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가 179만2000배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예상치 150만배럴 증가를 웃도는 수치다. 미국 휘발유 소비 또한 6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EIA는 전했다.


글로벌 원유시장에 과잉공급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원유 생산이 소비를 하루 평균 333만배럴을 웃돌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연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과잉 생산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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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사진=로이터/연합)

전문가들은 유가 추가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의 마르커스 가비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펀더멘털을 봤을 때 우리는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OPEC+의 추가 증산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고 이는 올 연말과 내년 1분기에 심각한 공급과잉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사우디가 공급 확대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이에 대한 반전이 없다면 시장은 '저유가 장기화' 환경에 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유가로 인한 생산 둔화, 공급차질, OPEC 정책 변화, 수요 회복 등이 맞물려야 시장 균형이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년 WTI 평균 가격 예상치를 기존의 60달러에서 57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1·2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 또한 각각 배럴당 57달러, 59달러로 예상됐다.


EIA는 지난달 발표한 '단기 에너지 전망'(STEO) 보고서를 통해 올 4분기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59달러, 내년 초에는 50달러 근처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보고서에는 OPEC+의 11월 50만 배럴 증산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는 7일 발표될 10월 STEO에선 유가 전망치가 더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달 내년 브렌트유와 WTI 평균 가격을 각각 56달러, 52달러로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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