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조직력으로 비철 금속 세계 1위 금자탑 쌓아 올려

▲지난 6일 타계한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사진: 고려아연 제공
“누구 하나 영웅이 이룬 것이 아니라 전 직원이 함께 이뤄낸 성과입니다. 나는 개인보다 조직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타플레이어도 좋지만 탄탄한 조직력이 우선이지요."
'자원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고려아연을 세계 최고의 종합 비철 금속 제련기업으로 키워낸 '비철금속 업계의 거목' 최창걸 명예회장이 지난 6일 향년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평소 “스타 플레이어보다 탄탄한 조직력"을 강조하며, 회사의 성공은 특정 개인의 역량이 아닌 수천 명 임직원이 똘똘 뭉쳐 만든 성과라고 강조해왔다.
고려아연의 유일한 창립 멤버로 현직에 있던 2014년, 최 명예회장은 창립 40주년 사내 인터뷰에서 회사의 모습을 “바위 몇 개를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흙가루 하나하나로 다져놓은 모양"이라고 비유했다. 이는 개인의 영웅주의보다 모든 구성원의 노력을 중시했던 그의 리더십과 경영철학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모든 위치의 사람이 자기 업무를 잘해주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철학 아래 다져진 탄탄한 조직력은 아연·연과 같은 기초 금속부터 반도체·방산에 쓰이는 전략 광물·금·은 등 귀금속까지 생산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 발판으로 작용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7조6582억원으로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달성했고, 최근에는 세계 1위 방산 기업 록히드마틴에 전략 광물인 게르마늄을 공급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국가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고인의 '개인보다 조직'이라는 경영 철학은 최윤범 회장 체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과 임직원들은 지난 50년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신사업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통해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추진 중이다. 이는 “100년 가는 회사가 위대한 회사"라며 겸손한 자세를 당부했던 고인의 유지를 잇는 일이기도 하다.
1941년 황해도 봉산군에서 태어난 최 명예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1974년 고려아연 창립 멤버로 경영에 투신했다. 특히 1992년부터 2002년까지 회장으로 재직하며 회사가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고인은 사회 공헌 활동에도 앞장섰다. '고려아연 전 임직원 기본급 1% 기부' 운동을 이끌며 나눔 문화를 확산시켰고,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지낸 부인 유중근 여사와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2013년에는 '대한민국 나눔 국민 대상'에서 국민 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한편 장례는 7일부터 나흘간 회사장으로 치러지며 장례위원장은 이제중 부회장이 맡는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됐고 영결식은 오는 10일 오전 8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