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글로벌 청정에너지 지수, 4월 저점대비 48% 급등
S&P500 지수·금값보다 상승폭 더 커
트럼프 화석연료 생산 장려에도…석유관련주는 울상
AI 수요에 재생에너지 필수격…“영광의 시기 도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기후변화가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태양광·풍력 등을 축소하려는 정책을 잇따라 펼치고 있지만 청정에너지 관련주들의 주가는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P 글로벌 청정에너지전환 지수(S&P Global Clean Energy Transition Index) 상승률은 상호관세가 발표됐던 지난 4월 저점에서 전날까지 48% 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S&P500은 35%,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인 금 가격은 34% 오르는 데 그쳤다. 이 지수는 재생에너지를 포함해 저탄소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들로 구성됐으며 미국 상장사들의 비중이 30.9%로 가장 높다.
S&P 글로벌 청정에너지전환 지수의 상승률 석유 기업들로 구성된 S&P 글로벌 오일 지수는 물론 한국 코스피,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를 제외한 주요국 대표 지수보다도 더 높았다. 특히 S&P 글로벌 오일 지수는 지난 5월까지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올해 들어 15% 가량 하락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장려하고 있지만 주가 흐름은 이와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S&P 글로벌 청정에너지전환 지수 중에서 주가가 가장 크게 상승한 종목은 미국 수소연료전지 기업인 블룸에너지다. 이 주가는 2021년 42달러 수준에서 고점을 찍은 후 올 상반기 20달러 범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 7월 오라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연료전지 기술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이후 급등세를 탔다. 지난 8월말 50달러선을 돌파하더니 전날엔 86.0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연 상승률은 290%에 육박다.
세계 최대풍력터빈 제조사인 중국 신장 골드윈드과학기술 주가도 지난 4월 저점 대비 90% 가까이 폭등했다.
이처럼 S&P 글로벌 청정에너지전환 지수가 올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재생에너지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강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자산운용은 청정에너지 전환에 집중하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200억달러를 조달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AI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재생에너지 없이는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이 청정에너지 관련주에 한층 긍정적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산업이 자본집약적이고 부채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금리 하락은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샤힌 콘트랙터 선임 ESG 애널리스트는 “청정에너지 지수는 시장 전반과 상관관계가 낮아 촉매제가 등장할 때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AI 관련 에너지 수요가 2028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빠르게 구축 가능한 태양광 등 분야가 선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프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아니켓 샤 지속가능성 및 전환 전략 총괄은 “청정에너지 투자의 '영광의 시기'가 도래했다"며 “자본시장과 실물 경제가 모두 지속가능성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노력을 실제로 가속화하고 있는 '멋진 순간'에 있다"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