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기적, 문제는?…노벨경제학상 받은 교수들의 진단보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0.14 11:00

혁신성장 연구한 수상자들의 한국 경제 진단
모키어 “韓 유일한 문제는 저출산…북한이 걱정”
하윗 “혁신 유지하려면 확고한 반독점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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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조엘 모키어(79)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사진=AFP/연합)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엘 모키어(79)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와 피터 하윗(79) 브라운대 명예교수는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출산율 회복'과 '반(反)독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모키어 교수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경제의 성장 둔화 해법에 관한 질문에 “한국에서 이런 질문이 나온다는 게 조금 아이러니하다"며 “지금까지 해온 일을 계속하면 된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은 1950년대 매우 낮은 1인당 국민소득에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로 기적적으로 성장했다"며 한국 대신 “형편없는 제도"를 가진 북한, 미얀마 등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 청중 가운데 일부는 한국산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을 텐데 그들은 한국산 차를 나쁜 기술의 대표적 사례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며 “진짜 형편 없는 자동차를 보고싶다면 '트라반트'를 몰아보라"고 말했다. 냉전시기 동독에서 생산된 차량인 트라반트는 형편없는 품질과 내구성으로 악명이 높았던 차량이다.


모키어 교수는 다만 국경 개방과 저출산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지구상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라며 저출산 문제가 성장을 정체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은 인구통계적 문제를 제외하고는 그것(성장)이 지속될 수 없는 특별한 이유를 보지 못한다"며 “지금처럼 국경을 개방하고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의 정치 체제와 관련해 “성공적인 민주주의를 이뤘다"고 평가하며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와 자유로운 선거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기술 진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전제 조건을 파악한 공로를 인정해 모키어 교수를 노벨 경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왕립과학원은 선정 이유에 대해 “올해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혁신이 어떻게 더 큰 진보를 위한 원동력을 제공하는지 설명한다"고 밝혔다.


Nobel Economics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피터 하윗 교수(사진=AP/연합)

필리프 아기옹(69) 프랑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와 공동 연구로 노벨경제상을 수상받은 하윗 교수도 한국이 혁신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창조적 파괴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이론'을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창조적 파괴란 새롭고 더 나은 제품이 등장하면 기존 것을 대체하면서 경제가 혁신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하윗 교수는 이날 노벨경제학상 수상 발표 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가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확고한 반독점 정책을 가지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선도기업들이 혁신을 계속할 유인을 가질 수 있도록 경쟁적 시장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지프 슘페터가 (창조적) 파괴에 대해 처음 썼을 때 그의 주장은 강력한 독점 허용을 지지하는 논거가 됐다"며 “독점적 지위에서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 전망이 혁신을 창출하는 유인을 제공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윗 교수는 또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에 대해 “혁신은 젊은 층에서 더 쉽게 일어난다"며 “고령화는 일반적으로 혁신에 유리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또 고령화 추세 속에 혁신을 지속하려면 지식과 아이디어의 교류·개방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의 흐름이 개별국가의 (고령화) 인구통계 변수에 의해 제한되지 않도록 다른 곳에서 오는 아이디어에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벨경제상 수상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했다.


아기옹 교수는 수상자 발표후 통화로 기자들에게 “미국의 보호주의 물결을 환영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성장과 혁신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고율 관세가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목하며 “개방성이 성장의 원동력이다. 개방성을 방해하는 그 어떤 것이라도 성장의 장애물"이라고 강조했다.


하윗 교수도 경쟁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개방적인 자유무역정책이 중요하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무역전쟁이 일어나고 관세가 올라가 무역이 제한될수록 시장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혁신할 인센티브가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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