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솔미 유통중기부 기자
“서울 어디에 숙소를 잡아야 안전해?"
내달 한국 여행을 앞두고 있는 일본인 친구에게서 지난 15일 받은 메시지다. 이 친구는 2010년대 일본 내 한류 열풍의 주역 걸그룹 카라를 통해 K-팝에 눈을 뜨고 현재 뉴진스에 푹 빠져 있다. K-컬처에 대한 오랜 애정으로 이제 우리나라 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최근 서울 명동 일대와 대림동에서는 '혐중(중국인·중국 혐오)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극우 성향 단체가 중국인 관광객과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향해 비하 발언을 쏟아내고 과격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대만 네티즌이 SNS에 “최근 한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있다. 이런 배지를 달아야 할까?"라며 '대만 사람이에요'라고 한글과 영어로 적힌 배지 사진을 공개하는 등 방한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혐중' 정서에 대한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혐중'과 '반중'은 철저히 구분돼야 한다. '반중'은 중국의 어떠한 사안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서 일어나는 감정이기에 '말'로써 서로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혐중'은 인종주의적 차별이다. 모든 중국인에게 무차별적 혐오와 증오를 덮어씌웠다. 중국인 전체를 일반화해 비난하는 감정을 부추기는 데에는 10~20대의 이용률이 높은 X(구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가짜뉴스'로도 퍼지고 있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받았던 전날로 돌아가면,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떻게 이런 일까지 알고 있지?'였다. 그리고는 잠시 고민한 뒤 나름 '안전'하고 극우단체가 몰려들기 어려울 만한 장소를 알려줬다. 마지막으로는 “너는 중국인이 아니어서 괜찮아"라고 답장을 보냈다.
이 친구에게 이것밖에 해줄 말이 없었다. 딱히 떠오르지도 않았다. 2019년 도쿄 여행 당시 외교부로부터 받은 '일본 내 혐한 집회, 시위 장소 방문 자제 및 신변 안전 유의'라는 메시지가 생각나면서 순화한 표현으로 창피함이 몰려왔다.
비단 일본인뿐일까. 한국을 찾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혐중 시위'에 위축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고 한국에 호기심을 품고 여행 온 외국인 눈에 '혐중 시위'는 어떻게 비쳐질까. 아찔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