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공략 준중형 SUV 모델 판매 돌입, 내년 준중형 세단 투입
N브랜드 거점 구축 홍보, 정의선 회장 5월 상하이 모터쇼 방문
합작사 베이징현대에 1.5조 투자, 2027년 신규 6종 출시 계획

▲현대차의 중국 전용 전기차 '일렉시오' 제품 이미지.
연간 판매량 1500만대, 전세계 시장의 60% 규모,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 경쟁 브랜드만 100개 이상. 중국 전기차 시장을 설명하는 숫자들이다.
현대자동차가 이같은 '세계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공략에 다시 고삐를 죄고 있다. 내연기관차로 한때 영광을 누리다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판매가 10분의 1 수준까지 급감한 상황이지만 상품성을 앞세워 반전 도모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브랜드 가치를 회복해 BYD 등 중국업체들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일렉시오' 계약을 받기 시작했다.
일렉시오는 현대차가 오직 중국 공략을 위해 별도로 만든 전기차다. 개발 단계부터 중국 법인이 주도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신차를 준비했다. 중국 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공식적인 판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차는 상하이 등에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해 고성능 'N' 브랜드를 홍보하는 등 고객 접점을 늘리는 데 적극적이다. 지난 4월 현지 매체들을 별도로 초청해 신차 공개행사를 여는 등 마케팅 활동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오익균 현대차 중국권역본부장(부사장) 겸 베이징현대 총경리는 당시 “중국은 현대차 입장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발언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5월 '제21회 상하이모터쇼' 행사장에 방문해 시장 동향을 직접 살피기도 했다. 정 회장이 중국에서 열린 모터쇼 현장을 찾은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7년만이다.
현대차는 일렉시오 이후에도 중국 전용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투입하며 판매 반등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말 중국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와 함께 합작사 베이징현대에 11억달러(약 1조55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전략 구사를 위해서다. 일단 2027년까지 중국에 최적화된 6종의 신에너지차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게 업체 측 목표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곧바로 상하이를 찾아 '차이나 딜러 인베스터데이'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내년 중 준중형 전기 세단 신차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판매 중인 아이오닉 5 N,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와 더불어 일렉시오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현지 딜러 관계자들과 공유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 대규모 행사를 연 것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내비친 행보라고 분석한다.
중국 공장 가동을 위한 고육지책 성격이라는 해석도 있다. 현대차는 전성기 중국에서 5개까지 공장을 운영하며 연간 160만대 가량 생산 능력을 갖췄다. 2017년 '사드보복' 사태 이후 판매가 급감하자 충칭공장, 베이징 1공장 등을 매각하고 나머지도 체질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내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수출 물량을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식이다. 현재 국내에 들어오는 쏘나타 택시 등도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현대차의 중국 공략이 통할지 여부에는 업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시장 자체가 워낙 크다보니 충분히 틈새를 노릴 수 있다는 전망과 현지 업체들간 경쟁이 워낙 치열해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02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준중형 세단 등을 중심으로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현대속도'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2016년에는 연간 판매가 100만 대를 넘기며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만나야 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중국 판매는 16만대 수준이다.
최근 들어 현대차가 중국에서 브랜드 신뢰도를 일정 수준 회복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아이오닉 5 N이 작년 말 열린 '2025 중국 올해의 차 어워즈'에서 '올해의 고성능차'에 선정된 게 대표적이다. 중국사회과학원이 발표한 '2024 중국 기업사회책임 발전지수 평가'에서 현대차는 9년 연속 자동차 기업 부문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리 현황과 정보 공개 수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CSR 평가지표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