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외친 정부, 속도 내자는 서울시”…부동산 정책 엇박자 끝은 시장 혼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0.19 10:47

정비사업 자금줄 조인 10·15대책…서울시 “착공 일정 차질 불가피”

정부 ‘시장 안정’ vs 서울시 ‘공급 차질’…엇박자에 현장 혼선

이주비 막힌 조합 “사업 지연 불가피”…풍선효과 악순환 우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서울시가 부동산 정책에서 계속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가 최근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통해 규제 강화와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췄지만,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속도 내기에 열중이다. 전문가와 업계는 이러한 정책 불일치가 시장 혼선을 키워 거래 위축과 정비사업 지연, 장기적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시는 정부의 '10·15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 대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늦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자금 운용과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대책에는 △정비사업 이주비·중도금 대출 제한 △입주권(조합원 지위) 거래 금지 등 정비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금융·거래 규제가 포함됐다.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입주권 거래가 금지되면서 사실상 유동성 확보 통로가 막혔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오세훈 시장은 지난 16일 “정부 대책에는 정비사업 속도를 늦출 요소가 곳곳에 있다"며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 조합 자금 여력이 떨어져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주를 앞둔 단지들이 대출 제한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며 “이주지원금이 막히면 사업 전체 일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는 주택진흥기금을 통한 융자 확대 등 대응책을 마련 중이지만, 정부 규제의 파급력이 큰 만큼 실효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최진석 시 주택실장은 “공급 확대 기조는 유지하되 정부 조치의 영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며 “착공 일정 일부는 불가피하게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전국 투기과열지구 확대 지정 △전세대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주담대 한도 차등화 등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과열된 시장심리를 안정시키고 실수요 중심 거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서울시가 추진 중인 도심 공급 전략과 충돌하면서 시장 신호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시의 정책 불일치가 시장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기적인 안정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수요 억제 중심의 대책과 공급 속도 유지 전략이 따로 움직이면 정책 신호가 뒤섞인다는 것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번 대책은 일시적 진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정비사업을 규제로 묶으면서 공급을 늘리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 조합 자금 운용이 흔들리고, 사업 일정이 늦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안정화만 강조하면 시장은 '공급이 막혔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결국 단기 안정 뒤 더 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안정을 위한 규제가 오히려 공급을 가로막는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지금 정책 방향은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며 “매매를 사실상 제한하는 규제는 거래 절벽을 불러오고, 장기적으로는 규제 피로감과 양극화를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결국 도심 재개발·재건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시는 신통기획 시즌1·2를 통해 2030년까지 공급 목표를 세워놨지만, 입주권 거래 제한과 대출 규제가 겹치면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과열을 잡겠다는 의도지만, 현장에서는 속도 조절이 아니라 혼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은 공급이 늦어지고, 규제에서 비켜난 경기 북부나 남양주 등은 풍선효과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또다시 '규제-풍선효과-재규제'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대책이 공급 속도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한다. 시장 안팎에서는 “공급 속도를 늦추면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겠느냐"는 볼멘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억제는 이해하지만, 공급과 직결된 대출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며 “자금줄을 막아놓고 공급을 늘리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완전히 한목소리를 내긴 어렵더라도, 불협화음을 최소화해야 시장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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