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정제마진 1분기 저점 찍고 3분기 상승 지속
원가부담 완화로 ‘매출 절반’ 석유사업 흑자전환
원유증산 결정, 러 원유 제재 ‘반사이익’ 길어질듯
실적 개선 힘입어 리밸런싱·재무개선 가속도 기대

▲SK이노베이션 본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 사진=연합뉴스
올해 3분기(7~9월) 후반에 원유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이면서 SK이노베이션이 영업적자를 털고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시장 전망)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영업이익 201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흑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분기 매출도 19조4452억원으로 10.1%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흑자전환 기대는 전체 매출의 절반 넘게 차지하는 석유 사업부문이 정제마진 개선으로 영업이익을 실현하면서 SK이노베이션 전체 실적까지 견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배터리 부문뿐 아니라 에너지화학 부문도 부진해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올해 상반기와 좋은 대조를 이루는 실적 양상으로 받아들여진다.
회사 사업 구조의 절반을 석유산업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정제마진 상승세는 SK이노베이션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시장은 평가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석유 사업 매출이 약 23조원으로 전체의 57% 차지한 가운데 영업적자 4300억원을 기록하면서 상반기 전체 영업적자의 93%를 차지했다. 배터리 사업도 3600억원 영업적자를 냈다.그나마 윤활유와 석유개발, 발전 부문에서 8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둬 전체 실적을 방어한 셈이었다.
하지만, 상반기와 달리 SK이노베이션은 부진했던 석유사업에서 3분기 영업 실적을 흑자로 개선시키면 전체 실적도 덩달아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3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은 정제마진의 상승세에서 비롯됐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 수익에서 원유 구입비와 인력·운영비를 뺀 지표로, 정유 사업으로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기느냐를 나타낸다.
올해 초 배럴당 5달러선까지 떨어졌던 정제 마진은 3분기 들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3분기 초반 내내 10달러선에 머물러 있던 정제 마진은 9월 셋째주에 10달러선을 넘어섰고, 이달 13~19일 기준 평균 복합정제 마진이 배럴당 13.7달러로 올라섰다.
SK이노베이션과 정유업계는 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의 OPEC+의 원유증산 결정과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재 같은 지정학적 변수로 정제 마진의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무적인 대목은 석유 사업부문의 실적 개선 흐름이 원유 공급증가 기조에 따라 올해 4분기(10~12월)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다.
OPEC+는 2년여의 감산을 종료하고 지난 9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54마7000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원유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흐름이 강화하면 정유사들이 사들이는 원유 가격이 하락해 원가 부담을 덜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 공급이 수요보다 일간 400만배럴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입 제재도 정제 마진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서 원유를 조달하는 중국·인도 같은 국가들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인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5% 관세를 부과하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그만두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서방의 제재에도 지난 9월 원유 수입의 17%가량을 여전히 러시아산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를 이용한 석유제품에 대한 구매 금지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 정유사들에게 불리해진다.
이에 더해 유럽과 미국의 정유사들이 생산설비 축소에 나서면서 정유사들이 정유제품 가격을 더 받을 여건도 생겼다. 쉘·BP 등 글로벌 메이저 정유사들은 하루 생산 40만 배럴 규모의 정유 설비를 폐쇄하고, 발레로 등 미국 정유사들도 54만7000배럴 규모의 정유 설비를 정리할 예정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리포트를 통해 “3분기는 재고 관련 손실 제거와 정제마진 개선으로 정유 실적이 대폭 개선되고, 제품 경험(PX) 개선으로 석유화학 또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4분기에는 정제마진 호조에 따라 석유 사업의 실적이 추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제 마진 상승세로 전체 실적이 개선되면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건전성 강화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추가자금 여력을 확보해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배터리 규모 대규모 설비투자에 더해 SK E&S 흡수합병으로 기존 차입금이 이관되면서 2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207%에 순차입금은 35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7월 SK온과 SK엔무브 합병으로 사업 구조 재편을 이어갔고,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 5조원을 확충했다. 9월에는 발전 자회사 2곳 지분을 이용해 자본 3조원을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정제 마진 상승 기조는 SK이노베이션의 실적 개선은 물론 전반적인 사업구조 리밸런싱 작업에 탄력 속도를 붙여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