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치지구’ 주민들 통합심의 뒤 허가 가시화되자 편입 요구
조합 “법적 근거 없는 주장…공익 설계로 피해 최소화” 반박
한강변 개발이 키운 자산가치 격차, 현장 갈등으로 표면화
▲성수4지구 설계안.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강변 개발의 상징으로 꼽히는 성수4지구가 통합심의에 들어서자 인근 두산위브·대명루첸(존치지구) 주민들이 재개발 구역 편입을 다시 요구하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2.0' 정책 이후 성수동 일대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자산가치 격차가 갈등의 근본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성수4지구)를 둘러싼 조합과 존치지구 주민 간 대립이 최근 다시 격화됐다. 지난 24일 존치지구 주민들은 성동구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초고층 단지로 인해 일조·조망·교통권이 침해된다"며 “두산위브·대명루첸을 재개발 구역에 포함하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재개발로 인한 생활권 침해를 구체적으로 제기하며 단순 민원이 아니라 재산권 침해 문제라고 강조했다. 고층 건물군에 둘러싸일 경우 일조와 조망은 물론 교통권까지 침해되고, 성덕정길이 재개발로 폐쇄되면 사실상 단지 진출입로가 막힌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강을 전혀 볼 수 없게 되고, 초고층 단지에 가려 재산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며 “이격거리 규정을 지켜도 실질적 피해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사익을 위한 왜곡된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성수4지구 조합 관계자는 “존치지구 주민들이 일조·조망·교통권 침해를 이유로 편입을 요구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 일조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서울시교육청과 사전 협의를 마쳤고, '설계 배치가 적정하다'는 공식 의견을 받았다"며 “학교 방향 일조를 우선 확보해 피해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존치 방향에는 높은 건물을 배치하지 않았고, 녹지·도서관·경로당 등 공공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며 “공익 설계임에도 개인 재산가치 문제를 이유로 편입을 주장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덧붙였다.
조합은 법적 절차상으로도 편입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정비계획 변경은 조합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데, 전자투표 결과 498명이 반대했다"며 “현실적으로 추진이 불가능한 사안을 내세워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수4지구 내 존치지구인 두산위브와 대명루첸은 2006~2007년 준공된 신축 단지로 2010~2020년대 초에는 추가부담금에 대한 우려와 신축 아파트라는 점을 들어 재건축·재개발 구역 편입에 대부분의 주민이 반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성수4지구의 77층 초고층 재개발 설계가 본격화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두산위브·대명루첸 주민들은 일조, 조망, 교통권 침해와 재산가치 하락을 우려하며 올해 들어서는 구역 편입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성수4지구는 한강 조망권을 갖춘 250m 초고층 주거단지(1592가구)로, 시 전략정비구역의 핵심 사업이다. 지난달 시에 통합심의를 공식 접수했고, 내년 상반기 통과를 목표로 12월 시공사 공고를 준비 중이다.
이번 갈등은 시의 '한강르네상스 2.0' 정책이 불러온 부작용이 현장에서 드러난 사례로 꼽힌다. 오세훈 시장이 2007년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는 한강변 용도·층수 제한을 완화해 수변 고급 주거지와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개발 비전이었다. 재임 복귀 이후 '2.0'으로 재가동되면서 성수·압구정·여의도 등이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돼 한강변 초고층 개발이 본격화됐다.
성수동을 서울의 대표 프리미엄 입지로 끌어올렸지만, 동시에 비(非)정비구역과의 자산가치 격차와 상대적 박탈감을 키웠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성수4지구와 존치지구 간의 대립은 그 구조적 불균형이 현실화됐다는 분석이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한강르네상스가 성수동을 상징 입지로 만들었지만, 주변 지역과의 격차도 키웠다"며 “이번 갈등은 한강변 개발이 만든 자산가치 격차가 현장 갈등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