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주사제 열풍 ‘빛과 그림자’ ① - 김성민 가천대 길병원 외과 교수 특별기고
GLP-1, 투여 6개월~1년 안정적 감량·대사개선 효과…심근경색·뇌졸중 위험도↓
투여 중단하면 대부분 식욕·체중 되돌아와…생활습관 변화 없으면 ‘부메랑 주사’
감량 후 식습관·운동·수면 ‘관리의 습관화’가 핵심…고도비만, 여전히 수술이 최선
삭센다에 이어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 주사제 열풍이 불고 있다. 식욕 자체를 차단하는 효과를 가진다는 점에서 비만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하지만 '뱃살 빼는 마법의 주사'로 불리며 오남용 사례가 늘어나고 그 부작용도 상당하다. 치료 목적이 아닌 단순 미용 목적으로 처방받는 사례도 늘어나 문제다. 게다가 허가사항을 벗어난 투약과 무분별한 처방이 횡행해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가 미흡하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모든 의약품이 그렇듯이 비만주사제 또한 비만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은 “비만주사제만으로는 비만을 해결할 수 없다"고 조언한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대학병원 교수 3인의 기고를 통해 '비만주사제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김성민 가천대 길병원 외과 교수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위고비 출시 1년, 비만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의 체중감량 후기, SNS에서의 '다이어트 주사' 열풍이 맞물리며 위고비는 단기간에 대중적 관심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필자가 근무하는 가천대 길병원 대사비만센터에도 고도비만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의 문의가 수술에서 위고비 처방으로 변화하며 매주 수십명 이상이 위고비 처방을 위해 내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위고비 처방을 중단한 일부 환자에게서 체중이 다시 불어나는 '요요현상'을 호소한다. 위고비는 정말 마법처럼 살을 빼주는 '꿈의 주사'일까?
◇ 투약 중단 시 '요요현상' 발생…생활습관 개선 병행 필수
위고비는 식욕억제부터 대사조절까지 신체 내 다양한 기능을 한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의 작용을 모방하는 약물로,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킨다. 주사를 맞으면 며칠 지나 식사량이 눈에 띄게 줄고, 예전 같으면 다 먹던 음식을 절반도 못 먹게 된다. 몇 입 먹고 나면 배가 차는 느낌이 강하게 오는 것이다.
식후 분비되는 GLP-1은 뇌의 포만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며, 위의 배출 속도를 늦춰 식사량 자체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 원칙적으로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비만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으며, 당뇨병이 있는 경우 BMI 27 이상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증량하며, 보통 2~3개월 후부터 눈에 띄는 체중감소가 나타난다. 평균적으로 6개월~1년간 투여할 때 가장 안정적인 감량과 대사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한 해외연구에 따르면, GLP-1은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보조 호르몬이 아니라, 심혈관계·뇌·수면·위장 등 인체 전반의 대사 네트워크를 조절하는 전신 조절자(systemic modulator)로 평가받았다. GLP-1 약물군이 체중감소뿐 아니라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효과까지 입증되며 '대사질환 치료제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비만주사체의 등장은 비만 해결의 희망봉인 한편으로 과도한 열풍으로 인한 오남용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사진=챗지피티 생성 이미지
GLP-1 계열 약물의 혁신은 이제 비만치료를 넘어 '인체 회로의 재설계'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장-뇌 축(gut-brain axis)을 조절해 식욕, 포만감, 에너지 소비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위고비 치료의 핵심은 단기 감량이 아닌, 감량 후 '관리의 습관화'로 볼 수 있다. 위고비는 투여 기간 동안만 체중감소 효과를 유지한다. 약을 중단하면 대부분 식욕이 돌아오고, 체중도 일정 부분 다시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즉, 생활습관 변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결국 '부메랑 주사'가 될 수 있다. 약물 투여와 동시에 식습관 교정, 규칙적인 운동, 수면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건강한 체질을 스스로 유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20년 이상 비만대사수술(위밴드, 위절제, 위우회술 등)을 시행해 온 결과, 고도비만 환자에게는 여전히 수술이 가장 강력하고 지속적인 감량 효과를 보인다. 특히 BMI 35 이상이거나, 당뇨·고혈압 등 대사질환이 동반된 환자는 수술을 통해 약물보다 더 확실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위고비가 비만치료의 한 축이라면, 수술은 또 다른 축이다.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하므로, 체중, 동반질환, 비용, 보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비만은 단순한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대사질환이자 만성질환이다. 체중감량을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닌 평생 관리의 과정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이다.
<김성민 가천대 길병원 외과 교수>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한국 출시 행사장에 위고비 모형이 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