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ME 거래가격 처음으로 톤당 1만1000달러 넘어
우드맥킨지, 올해 수요 2743만톤, 전년보다 6% 상승
민주콩고, 칠레, 인니 광산 잇따라 붕괴사고 생산 차질
2040년대까지 전국 U자형 전력망 구축, 150조원 이상 전망
IEA “선제적 투자, 허가 간소화, 기존망 활용 최적화” 권고
전 세계적인 전력망 구축 붐으로 구리 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비용도 덩달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LME(런던금속거래소)의 구리 거래가격은 톤당 1만106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최고가인 2021년 5월 10일 1만451달러, 2025년 5월 20일 1만525달러를 훌쩍 넘은 수준이다.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이유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단은 최근 구리 가격 상승 배경에 대해 “미 연준 금리인하 기대, 미중 무역갈등 완화, 메이저 광산 생산 차질 우려에 따른 공급부족 부담으로 주요 거래소의 재고량이 감소하면서 가격 상방압력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LME 구리 재고량은 13만톤 수준으로, 2024년 8월의 32만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력망 붐으로 구리 수요 급증…잇따른 광산 붕괴사고로 공급 감소
▲구리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톤당 1만1000달러를 넘어섰다. 자료=한국광해광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
구리 가격이 톤당 1만1000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력망 구축 붐으로 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료=한국광해광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
구리 가격이 톤당 1만1000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력망 구축 붐으로 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료=한국광해광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
전 세계에서 전력망 구축 붐이 일면서 전선을 구성하는 구리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우드맥킨지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구리 수요량은 2019년 2386만9000톤에서 2024년 2589만8000톤으로 계속 늘었고, 올해는 2742만7000톤으로 예상된다. 반면 올해 공급량은 2741만5000톤으로 1만2000톤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2월 미래 송전망 보고서에서 생성형 AI이나 클라우드 전환과 같은 디지털화, 인구 증가, 이상 기후 등으로 글로벌 전력 생산량이 2023년 2만9863TWh에서 연평균 4.2%씩 증가해 2030년에는 3만9783TWh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른 전력망 투자도 2023년에 전년보다 10% 증가한 1400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려면 2030년대 중반까지 투자액이 연간 2000억달러를 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구리광산 생산에서 잇따라 차질이 발생하면서 수요를 뒷받침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콩고민주공화국(DRC)의 카모아 카쿨라(Kamoa-Kakula)광산, 7월 칠레의 엘 테니엔테(El Teniente)광산, 8월 인도네시아의 그래스버그(Grasberg)광산 등 주요 대형 광산에서 잇따라 갱도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올해 구리 광산 생산량은 전년보다 0.2% 감소한 2308만톤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생산량은 2026년에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주요 구리 생산업체인 캐나다 트렉 리소시스사의 올해 3분기 구리 생산량은 10만4000톤으로 칠레 광산의 개발 지연으로 전년 동기보다 9.1% 감소했다. 칠레 안토파가스타사는 올해 구리 생산량이 생산 부진 여파로 연초 전망치인 66만~70만톤의 하단에 그칠 것으로 자체 전망했다.
2040년대까지 전국 U자형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비용은 150조원 이상 전망
구리 가격이 오르면 전선 가격도 같이 오른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국정과제이기도 한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비용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은 국토 해안가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 등 대도시권에 공급하기 위해 전국에 걸쳐 대규모 전력망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2030년대까지 서해안 고속도로를 구축하고, 2040년대까지 동해안과 남해안까지 아우르는 국토 U자형 고속도로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10월 1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차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위원회에서는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총 99개의 송전선로 및 변전소 구축 사업이 지정되면서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은 정확한 사업비용이 계산되지 않고 있지만, 앞서 수립된 한전의 전력망 구축 계획을 보면 얼추 계산할 수 있다.
한전은 11차 장기 송변전 설치계획과 1차 배전망 계획을 통해 2038년까지 송전망 구축에 72조8000억원, 2028년까지 배전망 구축에 10조2000억원 등 약 83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한전의 전력망 계획을 포함하고 이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사업비용은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구리 가격 및 관련 부품 가격의 상승세까지 계속된다면 전체 비용은 15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력망 선제적 투자, 허가절차 간소화, 기존망 활용 최적화 필요
전선뿐만 아니라 변압기, 방향성 전기강판 등 다른 부품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어 선제적인 전력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EA는 보고서에서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전 계획을 통해 미래 인프라 수요에 대한 가시성 향상 선제적인 전력망 투자 효과적인 조달 체계 설계 전력 부문 전반에 걸쳐 숙련된 인력 확보 허가 절차 간소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기존 전력망 인프라 활용 최적화 공급망 다양성과 회복탄력성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