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한·중 협력의 패러다임 전환 모색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1.10 11:02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구기보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한중 수교 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내 사양산업을 중심으로 중국에 적극 진출하였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후에는 대기업도 중국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였다. 업종별로 희비가 있지만, 중국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은 초기에는 중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하여 제조에 집중하였다. 이 시기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독자 법인으로 진출하는 것을 선호하였다. 그러나 중국 시장이 거대해지고 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중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는 가운데, 합자 법인의 필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중국 로컬 기업의 경쟁력이 급상승하면서 외자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대거 밀려나고 있다. 독자 법인은 물론이고 베이징현대와 같은 합자 법인도 마찬가지이다. 한국계 기업뿐 아니라 일본계, 독일계, 미국계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는 급감하고 오히려 매각 등 투자 회수가 확대되고 있다. 투자가 위축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2015년 한중 FTA 발효 이후 오히려 감소한 반면, 대중국 수입은 꾸준히 증가하여 2023년부터는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하였다. 중국에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던 품목이 공급과잉으로 전환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여지가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해외로 덤핑 수출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


중국의 경쟁력은 단순히 가격 우위에만 있지 않고 기술력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10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국내 제조 기업 57%가 중국 기술력이 우리보다 앞서거나 대등하다고 응답하였다. 우리나라의 먹거리로 장기간 기술 투자를 한 전기차 및 배터리, 디스플레이, 태양광, 풍력 등 여러 업종이 단기간에 중국에 따라잡히거나 추월당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중국이 선도적으로 치고 나가는 드론,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AI 등 산업도 적지 않다. 전자상거래(알리바바, 테무 등), 게임(텐센트), 숏폼(틱톡) 등 IT 플러스 산업에서도 중국 기업은 자국의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필자는 지난 8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유명한 항저우 6소룡(小龍)이라 불리는 기업을 방문하였다. 당시 DEEP Robotics라는 기업 관계자는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너믹스의 기술을 100이라 한다면, 자사의 기술은 95 정도이고 가격은 1/10 수준이라 하였다.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글로벌 최고 기업에 조금 못 미치더라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확보하고 있다. 중국 기업인 BYD가 테슬라를 넘어 세계 1위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이 미래 산업기술을 개발하면 중국이 단기간에 추월하는 리스크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중국의 유망 기업을 미리 발굴하여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알리바바가 공룡기업으로 성장할 것을 예상하고 창업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한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는 SK(주)가 중국 물류회사인 ESR의 지분을 인수한 후 상장 후에 매각하여 큰 이익을 남겼다. 금융 부문에서 하나은행의 지린(吉林)은행 지분 인수, DB손보의 안청(安城)손보 지분 인수 등을 우수 사례로 들 수 있다. 중국을 앞서가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유망한 중국 기업을 발굴하여 사전 투자하는 전략적 투자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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