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첨단전략·유망기업 투자 확대
정부 생산적 금융 정책 기조 ‘화답’
고환율, 기업대출 증가 CET1비율 부담
“금융당국 RWA 조정 등 규제완화 절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4대 금융지주가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에 5년간 최대 400조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주주환원 정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지주사들은 인공지능(AI), 에너지, 지역 인프라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투자, 융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높아 대출을 늘릴 경우 주주환원 여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에도 악영향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RW) 하한을 상향하는 등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매년 20조 투입시 CET1 비율 50bp 하락"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가 5년간 생산적·포용금융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총 400조원이다. KB금융지주와 신한지주는 각각 110조원을 해당 프로젝트에 투자할 계획이며, 하나금융지주는 100조원, 우리금융지주 80조원이다.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첨단전략산업과 유망 성장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주택과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을 완화하는 것이 뼈대다. 금융지주사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국민성장펀드에 각각 10조원을 투입하고, 소상공인·취약계층의 재기 지원을 위해 다양한 금융지원과 채무부담 경감 프로그램도 가동하기로 했다.
문제는 금융지주사들의 이러한 중장기 계획이 CET1 비율, 주주환원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지주사 입장에서는 생산적·포용금융뿐만 아니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과제다. 기업대출은 주담대 등 가계대출보다 위험가중치(RW)가 높아 기업대출을 늘릴수록 자본건전성 지표이자 주주환원 여력을 나타내는 CET1 비율은 하락한다.
박종무 하나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매년 20조원의 자본을 생산적·포용금융에 투입하면, 전반적으로 RWA는 연간 12조원 상승하고, CET1 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약 50bp(1bp=0.01%p) 정도 반영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금융이 매년 대출 성장을 통해 기업대출, 가계대출을 함께 공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도 CET1 비율은 약 20bp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CET1 비율 관리 '고난도'...“금융당국 규제완화 절실"
▲4대 금융지주, 5년간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 투입금액.
대출뿐만 아니라 최근 급등하는 원/달러 환율도 금융지주사 입장에서는 고민거리다. 환율이 상승하면 CET1 비율 분모에 해당하는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 CET1 비율에 부담이다. 이로 인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위험가중자산(RWA), CET1 비율 관리 측면에서 난이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금융지주사들은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모두 차질 없이 이행하도록 CET1 비율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대부분의 지주사들이 CET1 비율을 당초 목표 대비 여유 있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금융지주는 9월 말 기준 CET1 비율 12.92%로, 연말 목표치인 12.5%를 초과 달성했다. 이 상태라면 중장기 목표인 CET1 비율 13% 조기 달성도 가시권에 있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이 내년 중 CET1 비율 13%를 달성해 총주주환원율은 40%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생산적·포용금융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금융당국은 내년 1분기 중 내부등급법상 주담대 RW 하한을 현행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하고, 글로벌 기준에 비해 보수적으로 규정된 주식 보유 관련 RW 기준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지주사가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금융당국 역시 보다 전향적으로,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속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의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를 보면 대부분 투자(금융상품), 융자(대출채권)로 구성됐는데, 투자와 융자 모두 위험가중자산을 크게 늘려 자본비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당국에서 기업대출 업종별로 위험가중치를 완화해 준다면 금융지주사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의 지원 규모가 큰 만큼 금융당국이 RWA 가중치 조정 등 규제 검토가 절실하다"며 “금융사들도 시장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며 CET1 비율을 계속해서 관리하고, 안정적인 연체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