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팩트시트로 철강·알루미늄 관세 확정
미 제조업 부활 중심에 ‘철강’…파생관세도 유지
철강·전력기기 기업, 현지 생산 위한 대미투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 관세협상 결과 팩트시트가 나오면서 철강과 알루미늄 품목에 부과되는 50% 관세 장벽이 공고해졌다. 이들 품목의 파생관세도 그대로 가면서 전력기기 등 철강재 사용 비중이 큰 산업군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결국 북미 현지 생산이라는 대응 전략에 더 힘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양국 정부는 지난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타결한 관세 협상 결과를 문서로 명문화한 팩트 시트를 14일 발표했다. 이에 미국 정부가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지난 4월 2일부터 부과한 관세 50%가 확정됐다. 지난 8월부터 변압기 등 407개 품목을 대상으로 매긴 파생관세도 유지됐다.
철강업계는 8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도 철강·알루미늄 관세 50%를 협의할 여지가 없었던 만큼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북부와 중서부 지역의 쇠락한 공업지역 '러스트 벨트'를 겨냥해 제조업 경쟁력 부활을 약속했다. 특히 철강산업을 제조업 부활의 상징으로 두고 수입 철강 제품 모두에 관세 50%를 부과했다.
이 밖에도 철강사들은 후판 등 저가 수입 철강재에 대해 반덤핑 관세 등 무역조치 신청으로 대응해왔다. 내수 시장에서 적정 수준의 가격을 받아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시도다.
철강과 알루미늄 파생관세 부과도 그대로 이어지면서 철강사 뿐만 아니라 전력기기와 가전 등 다른 산업군에도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부담을 안게 됐다. 8월 미국 상무부가 파생관세 부과 대상으로 엔진·모터와 냉장고·냉동고, 가열·조리 기계, 알루미늄 용기 등을 포함했다. 자동차와 비행체에 탑재하는 부품은 이번 합의로 대상에서 빠졌지만, 기타 전력기기와 가전제품 등은 고율의 철강과 알루미늄 보편관세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관세 부과가 확정된 철강·알루미늄 파생 품목 407개를 미국이 수입하는 금액은 총 2045억달러(한화 약 298조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국산 제품은 118억9000만달러로 전체의 약 5.8% 정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영향권에 든 업계는 관세 완화를 기대하는 대신 대미 투자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철강업계의 경우 현대제철이 58억달러를 투자해 루이지애나주에 2029년까지 연산 270만t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립하는 계획을 진행 중으로, 3분기 중 현지 법인에 69억8760만원을 납입했다. 포스코는 현대제철 루이지애나주 제철소 건립에 지분 투자 형식으로 참여할 예정이고, 미국 철강사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의 제철소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력기기 3사도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기 위해 설비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해 2027년까지 초고압 변압기 생산 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LS일렉트릭은 텍사스 주에 생산과 연구 등의 종합 거점인 배스트럽 캠퍼스를 세웠고, 2030년까지 2억40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해 북미 시장을 현지화한다는 구상이다. 효성중공업은 2020년 미국 테네시주 현지 공장을 인수한 뒤 생산시설 증설을 진행해왔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7월 말과 10월 말 두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으로 큰 틀에서 관세 협상을 타결한 뒤 10일간 문서화 협의를 하면서 추가 부담이 더해지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미국은 처음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 품목관세를 협상하는 것에 선을 그어왔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합의 사항에 들어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