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비트코인 시세 폭락, 원인은 따로 있다?…“치솟는 전기료가 결정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1.19 12:10

비트코인 가격 불안한 반등…“포트폴리오 다각화 역할 의문”

美 전기료 급등, 채굴업체들 운영 부담 키워

손실 내면서 채굴하는 업체들, 10월·11월에 보유물량 던져

옵션 시장에선 8만달러 추락 가능성에 대비

비트코인 급락

▲18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시세가 연일 하락하며 7개월 만에 9만달러선이 붕괴된 가운데, 미국에서 치솟는 전기료가 이러한 약세 흐름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12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9만2505달러에 거래 중이다.


최근 비트코인 시세는 인공지능(AI) 거품 우려, 10월 사상 최대 규모의 강제 청산, 연준의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세 등이 겹치면서 이달 들어 역대 최고가(12만6198달러·10월 6일) 대비 큰 폭으로 밀렸다.



전날 9만달러 아래로 떨어진 뒤 단기 반등에 나서며 저점을 확인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기관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역할에 점차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인플레이션 헤지·가치저장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지만 실제 흐름은 위험자산과 높은 상관성을 보이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미국 전기료가 급격히 오르자 채굴업체들의 수익성이 압박받으며 매도 물량이 증가한 점도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력 비용은 채굴 비용의 70~80%를 차지한다. 그러나 지난해 비트코인 반감기로 채굴 보상이 3.125 비트코인으로 줄어든 데다 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전기료가 작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최대 전력 도매시장 운영기관인 PJM이 지불한 '용량확보 비용'은 2022년말 22억달러에서 지난해 147억달러로 500% 이상 폭증했고, 올해는 161억달러로 9% 추가 상승했다. 용량확보 비용이란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발전소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유지하게 하는 비용이다. PJM은 매년 경매를 통해 향후 필요한 발전소 전력 용량을 확보한 뒤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한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연초 10만달러를 넘었을 때조차 채굴업체들의 수익성은 제한적이었다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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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웹서비스 데이터센터(사진=로이터/연합)

문제는 미국 전기료가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미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전력 비용이 전년 동월 대비 5.1% 상승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 비트코인 채굴 중심지인 텍사스 주에서 전기료가 크게 뛰었다. 텍사스 주의 전력망을 관리하는 텍사스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에 따르면 올 3분기 도매가격은 전년 대비 18% 급등했다. 같은 기간 PJM 관할 지역에서도 가격이 13% 상승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내년 미국 전력 도매가격이 8.5% 더 올라 MWh(메가와트시)당 51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전력 사용량이 지난해 200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400TWh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기료 부담이 커진 와중에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달부터 약세로 돌아서자 채굴업체들이 보유 물량을 본격 매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최근 투자노트에서 채굴 업계에 대해 “반감기 이후 수익성 압박과 전력시장 경쟁 심화라는 두 가지 악재가 겹쳤다"고 짚었다. 번스타인은 또 상장된 중견 채굴업체의 손익분기점은 비트코인 6만5000~7만달러 수준으로 평가하며 비트코인 가격이 9만달러 초반대에 유지되면 수익성이 급격히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하듯,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채굴업체들은 지난달에만 비트코인 21만개 이상을 가상자산 거래소들로 이체했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이 추락하기 지작했던 10월 마지막 2주 동안 이동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크립토이코노미닷컴은 “손실을 내면서 채굴에 나서는 업체들이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채굴업체들은 이달 첫 2주 동안에도 7만1000개의 비트코인을 바이낸스 거래소에 보냈는데 이는 올들어 최대 규모다.


다만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캐나다·스칸디나비아·중남미 지역의 채굴업체들은 아직 매도로 전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케이브리지대학 대안금융센터(CCAF)에 따르면 글로벌 해시레이트(채굴 연산 능력)의 52%가 수력·풍력·원자력 기반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경우 이들 업체마저 매도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가상자산 옵션 거래소 데리빗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8만~8만5000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하방 보호 옵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또 시장에서는 올 연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12만6000달러까지 회복할 가능성을 5% 미만의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 마켓라이브의 브렌단 파간 외환 전략가는 “9만 달러가 유지된다면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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