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신용금리 ‘뒤죽박죽’...규제의 역설이 ‘금리 체계’ 흔든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1.25 13:51

주담대 금리, 신용대출 수준 초과
‘금리역전’ 현상, 서민금융에서도

정부 대출 규제·포용금융 ‘부작용’
중·저신용 대출 축소 부메랑 우려

은행창구

▲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영업부 대면 창구 모습.

최근 대출시장에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보다 더 낮아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민금융 체제에선 상대적으로 갚을 능력이 좋은 차주가 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게 될 전망이다. 정부의 대출 옥죄기 기조와 포용금융 정책이 강해지며 일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주담대, 신용대출 금리 상·하단 초과 현상

2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신규 취급 기준 코픽스(COFIX) 변동 주담대 금리는 연 3.93~5.33%다.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는 2.57%로 전월 대비 0.05%p 상승했다.


신한은행(3.83~5.23%), 우리은행(3.82~5.02%), 하나은행(4.46~5.76%)의 하단과 상단은 최대 4%대에서 5%후반대를 가리키고 있다.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최근 들어 대체로 상향 조정 중이다.



반면 신용대출 금리는 이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있다. 국민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금융채 6개월)는 연 3.82~4.82%로 주담대 대비 상·하단이 모두 더 낮다.


이달 21일 기준 신한은행의 신용대출 금리(홈페이지 공시 기준)는 연 3.79~5.31%로, 금리 하단이 주담대 상품보다 더 낮다. 직장인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쏠편한직장인대출SⅡ, 최저 연 3.58%) 3%대 최저금리도 제시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4.81%~5.41% 가량으로, 주담대 금리 상단이 0.35%p 더 높다.



4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신용대출 최저금리는 연 3%대 초~중반이며 일반적인 조건의 경우 연 4%대를 가리키고 있는 반면 주담대금리는 4~5%대로 역전된 것이다. 1년 전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대비 평균 1%p 높았던 것과 비교해 확연한 변화다.


은행 입장에서 리스크가 높은 중소기업대출 금리도 주담대보다 낮은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의 지난 7~9월 중소기업대출(물적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3.82~3.99%였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주담대가 1%p 낮았던 것과 크게 달라졌다.


대출 시장에 나타난 금리 역행은 서민금융 체계 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과 국회 등에 따르면 당국이 내년도 햇살론 특례보증 금리를 최대 연 9.9%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내년부터 기존 햇살론15와 최저 신용자특례보증을 통합한 '햇살론 특례보증' 금리가 최저 연 9.9%(사회적 배려계층 차주 기준)까지 낮아지며 민간 재원인 '햇살론 일반보증'금리와 비교해 최저신용자에 더 낮은 금리를 책정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근로자 햇살론과 햇살론뱅크는 '햇살론 일반보증'으로 통합되며, 현행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보증료를 더한 실질 금리는 14% 수준이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최저 신용자가 받는 특례보증 금리가 근로소득을 기반으로 하는 중·저신용 차주보다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정부 “집값은 잡고 가난한 사람은 도와야"…시장은 형평성 지적

4대 은행

▲대출시장에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보다 더 낮아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이어지며 시장 내 이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집값 잡기'에 집중하며 주담대를 옥죄는 사이 은행권이 금리를 올렸고, 상대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반영할 수 있는 신용대출과의 금리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서민금융 시장도 기존 상태에서 최저신용자 차주 금리만 낮춤으로써 신용도가 높은 사람이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내는 현상에 대해 지적하면서 금융권에 변화를 요구했다. 지난 13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현 금융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더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금융 계급제"라며 “기존 사고에 매이지 말고 해결책을 마련하고 금융기관도 공적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러나 실제 정책이 금융시장 전체에 적용된 것이 아닌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시장이나 정부가 억누르는 대출에만 적용되면서 형평성 문제가 부각된 것이다.


은행권은 정부가 '포용 금융'에 관심이 높고 금융사들이 일제히 조단위 재정을 투입하고 있어 이런 현상이 보다 극명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통상적인 금융시장 원칙에 반대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가 금융권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당장 현상을 완화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민간에선 서민층 신용대출 공급 자체가 줄어 오히려 더 많은 서민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 입장에선 정부가 보증해주는 특례상품의 부실 리스크는 정부 몫이기에 특례보증을 늘리고 일반보증을 줄이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리 메리트로 수요가 정부 보증상품으로 몰리게 될 경우 은행은 상대적으로 손실 위험을 떠안아야하는 중·저신용자 대출(일반보증) 공급을 줄이게 되고, 이는 서민층 사각지대 확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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