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층 아파트 화재참사. 사진은 28일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AP/연합)
지난 26일(현지시간) 발생한 홍콩 고층 아파트단지 화재 참사에 따른 사망자가 94명으로 늘었다.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소방당국은 28일 브리핑에서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32층(로비층+31층)짜리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인 '웡 푹 코트' 화재로 최소 9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순직 소방관 1명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이번 화재참사는 1948년 176명의 사망자를 낸 홍콩 창고 화재 이후 77년 만에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참사가 됐다.
부상자는 화재 진압에 투입됐던 소방관 11명을 포함한 76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에서 12명이 위독하고 28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22명은 이미 퇴원했다.
실종자는 전날 279명으로 추산된 이후 추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홍콩 소방처의 부처장인 데릭 암스트롱 찬은 이날 브리핑에서 “7개 동에 강제 진입해 나머지 사람들이 갇히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수색·구조 작업이 완료된 이후 최종 실종자 수를 집계할 것이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은 주로 아파트 내부 계단에서 생존자들을 구조했으며, 화재 발생 만 24시간이 훌쩍 지난 전날 저녁에 1명의 생존자를 16층 계단에서 추가로 구조했다고 발표했다.
소방 인력들이 고가 사다리를 통해 상층부에 접근하면서 수습되는 시신도 늘고 있다. 이날 오전 수습된 시신 중에는 체구가 작아 어린이로 추정되는 시신도 2구 있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찬 부처장은 아파트 고층부에 25건의 지원 요청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화재 진압 및 수색·구조작업에 소방관 1250명 이상이 투입됐다.
화재가 난 아파트 단지는 2000가구 규모의 8개 동으로 이 가운데 7개 동에 불이 났다.
진화 작업이 대체로 완료된 가운데 4개 동은 잔불 등으로 완전히 불이 꺼지지 않은 상태다. 나머지 3개 동에 대해서도 재점화 방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재민 약 900명은 인근 학교 등 임시 대피소 8곳에 머물고 있다.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이번 참사로 피해받은 가구당 1만홍콩달러(약 190만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향후 건설 현장에서 대나무 비계(건설현장에서 고층 작업을 하기 위해 설치하는 임시 구조물)를 모두 금속을 대체하겠다고 약속했다.
홍콩 경찰 등 당국은 화재가 급속히 확산하고 인명피해가 막대한 원인으로 1980년대 지어진 이 아파트에서 1년여 전부터 진행된 대대적인 리노베이션(보수) 공사 과정에서 가연성 소재가 사용된 것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건설현장에서 고층 작업을 하기 위해 설치하는 임시 구조물)와 그물로 된 안전망, 스티로폼 자재 등을 타고 삽시간에 커진 불은 만 24시간이 지나도록 꺼지지 않았다.
경찰은 전날 오전 아파트 단지 건물 관리회사를 압수 수색했으며 아파트 보수공사를 맡은 업체 책임자 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또 반부패 당국은 전체 비용이 3억3000만홍콩달러(약 621억8000만원)가량 투입된 해당 공사에서 부패가 있었는지 조사를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 책임자들이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으며 그로 인해 이번 화재가 발생하고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번져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