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한문구 교수팀, 국제학술지 논문
혈관 막히는 뇌경색, 처치 늦을수록 뇌세포 괴사 위험 높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한문구 교수(왼쪽)와 강지훈 교수
체온을 일시적으로 낮춰 뇌손상을 줄이는 '저체온치료'가 뇌경색 치료 이후 발생하는 2차 뇌손상에도 안전하게 적용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한문구 교수팀(분당서울대병원 강지훈·동아대병원 정진헌·계명대동산병원 홍정호·서울아산병원 장준영·충북대병원 염규선 교수)은 국내 5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통해 혈관 재개통술을 받은 뇌경색 환자에서 저체온치료의 안전성을 증명했다.
급성 뇌경색은 뇌로 가는 경동맥이나 뇌 내부 혈관이 혈전(피떡)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막히는 질환이다. 처치가 늦어질수록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뇌세포가 괴사해 영구적인 장애를 남기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혈액의 흐름을 복구하는 재관류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제때 치료를 받아 재관류에 성공하더라도 위험은 남아있다. 혈액이 갑자기 재공급되면서 뇌손상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대량 생성함에 따라 뇌세포가 다시금 파괴되는 것이다. '재관류 손상'이라 불리는 이 후유증은 예방법이 확립되지 않았고, 치료가 잘 이뤄져 안심하는 순간 이차적 손상이 생기는 등 발병 및 손상 정도를 예측할 수 없어 뇌경색의 난제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재관류 손상을 줄이는 유력한 방법으로는 저체온치료가 꼽힌다. 뇌손상이 일어나는 동안 환자의 체온을 일정 기간 떨어뜨려 뇌대사를 감소시킴으로써 큰 손상을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원리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심정지 후 소생한 환자의 재관류성 뇌손상을 최소화하는 효능이 입증돼 표준치료로 자리 잡은 상태다.
문제는 뇌경색 환자에 대한 저체온치료는 심정지와 달리 효과, 시행 기준 등이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아 현장에서 사용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그간 연구들이 목표 체온, 지속 시간 등의 변수가 통제되지 않은 후향적 관찰 방식에 그친 탓이다.
이에 연구팀은 2016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뇌경색 재관류 치료를 받은 40명을 무작위 배정 및 대조해 저체온치료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전향적 연구를 수행했다. 뇌경색 발병 후 8시간 이내 혈관을 개통한 환자들이 대상이었으며, 48시간 동안 35℃의 저체온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 결과, 저체온치료 과정에서 모든 환자가 기관삽관 또는 인공호흡기 없이 목표 체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했으며, 심박수 감소와 같은 부작용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됐다. 임상적 예후는 저체온치료군과 비치료군 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아 향후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한 효과성 검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저체온치료가 재관류술을 받은 뇌경색 환자에서 안전하게 시행될 수 있음을 밝혀 맞춤형 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 강력한 근거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뇌졸중 분야 국제학술지 스트로크(Stroke)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