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예금자 보호 한도가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된 것은 24년 만의 변화이다. 금융시장에서 예금자 보호의 범위가 두 배로 확대되면서 금융 안정성과 소비자 신뢰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예금자 입장에서는 한 금융회사에서 1억 원까지 원금과 이자를 합쳐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어 분산 예치의 번거로움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고액 예금자들은 더 이상 여러 은행에 예금을 쪼개어 넣을 필요가 없어져 자산운용의 자유도가 대폭 증가했다. 중산층 이하 일반 소비자도 본인 자산의 상당 부분이 안전하게 보호된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어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저축은행 이용자에게는 더욱 의미 있는 변화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에 안심하고 최대 1억 원까지 예치할 수 있게 되면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었다. 이로인해 금융소비자들은 금융기관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 합리적 비교를 통해 본인의 재무 목표에 맞는 최적의 금융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예금보호 한도 1억 원 상향은 2금융권의 수신상품 다양화와 소비자 선택 폭 확대를 통해 경쟁 촉진에 기여하고 있다. 보호한도 상향 시행 직후 저축은행 예수금이 올해 9월 말 기준 전월 대비 2.6% 증가하며 105조 원 규모로 확대되었고,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자금 이탈 방지를 위해 수신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업권의 경쟁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이로써, 최근 저축은행은 타 업권 대비 3%대 금리를 유지하며 상품 차별화에 나섰고, 이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2금융권 내 경쟁 심화를 촉진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성도 강화되었다.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으로 인해 위기 상황 발생 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험이 줄어들어 금융시스템 전체의 취약성이 완화된다. 특히, 2금융권인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 등에서도 동일한 보호 한도가 적용됨에 따라 이들 금융기관에 대한 고객 신뢰가 올라가고 향후에도 자금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금융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2금융권에 자금을 맡기는 것이 더 안전해졌다는 인식을 갖게 돼 금융시장 내 자본배분 효율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예금보호 한도 1억 원 상향으로 금융소비자들이 2금융권에 자금을 맡길 수 있게 되면서 시장 내 자본 배분 효율성이 개선되고 있다.
이는 기존처럼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대출을 위주로 취급하는 시중은행으로의 자금이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을 제한해, 중소기업 대출이나 혁신 산업 등 생산적 금융 영역으로 자금이 더 고르게 분배되는 효과를 낳는다. 이는 자원 배분 비효율성을 완화해 생산성 높은 기업 및 산업분야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고객 신뢰가 상승하면서 예금 유치가 증가하고 금융기관의 유동성 확보가 용이해졌다. 이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 확보에 기여할 것이다. 현재, 예금보험공사 및 금융당국은 예금 보호 범위 확대로 인한 보험료율 재조정을 준비 중이며, 이를 통해 금융회사의 부담과 리스크가 적절히 관리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예금보호한도 상향조정에도 불구하고, 2금융권의 안정적 자금조달로 인한 유동성 제고 등 경영 안전성이 개선되어 오히려 보험료율의 인상폭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예금자 보호 한도 1억 원 상향은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 이는 경영이 부실한 소규모 금융기관으로 예금이 몰리면서 위험 자산 운용이 확대되고, 예금보험료 부담 증가로 대출금리 상승 및 소비자 비용 전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예금자들이 금리만 보고 고위험 금융사에 자금을 맡기는 소비자 측의 도덕적 해이도 심화될 수 있어 금융시장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는 정교한 위험 기반 예금보험료율 산정 체계 도입,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 강화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예금자 보호 한도 1억 원 상향은 금융시장 안정성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크게 강화하는 긍정적인 변화이다. 예금자들이 더 많은 금액을 안전하게 보호받음으로써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확산되고, 시장 내 자금의 생산성 높은 부문으로의 효율적 이동과 금융시장 건전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정책 효과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