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화웨이 커질 바엔”…H200 중국 수출 빗장 푼 트럼프 속내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2.10 12:07

H200 對中 수출로 중국 AI 기술력 강화 우려

트럼프, 수출 허용한 배경엔 ‘화웨이 급성장’ 의식

중국, 수출 허용 하루 만에 ‘접근 제한’ 맞불

“H200 칩은 미중 관계 가늠자”…힘겨루기 새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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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의 대(對)중국 수출을 허용하면서 글로벌 AI 패권 경쟁을 둘러싼 또 한 번의 미·중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H200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 최신 칩인 B200·B300보다 뒤처지지만, 현재 중국 수출이 승인된 저사양 칩 'H20'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성능 격차를 보인다. 이에 따라 올 연초 글로벌 AI 업계에 큰 충격을 준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의 AI 기업들의 경쟁력만 키워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미국이 H200 수출을 허용한 배경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견제하는 동시에 중국의 대미 기술 의존도를 높이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중국 역시 자국 기업들의 H200 접근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H200 칩의 수출을 허용한 것은 중국 화웨이가 이미 비슷한 성능의 AI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어 안보 위험이 낮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그동안 H200의 중국 수출 허용 여부를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왔다. AI 칩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부터 화웨이를 짓누르기 위해 물량을 대규모로 푸는 방안까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H200의 대중 수출을 허용하되, 엔비디아의 최신 칩은 미국 고객에게만 공급하는 절충안을 선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엔비디아가 중국 및 다른 국가의 승인된 고객에게 H200 제품을 출하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통보했다"면서도 엔비디아의 블랙웰과 곧 출시 예정인 '루빈'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中 화웨이 맹추격 의식한 美…“시장 점유을 늘리자"


이 같은 결정의 배경 핵심에는 화웨이의 AI 기술력이 당초 미국 정부가 평가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미국 정부는 H200을 중국에 수출하더라도 미국이 최소 18개월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 AI 기업들이 화웨이 대신 미국 기술 생태계에 의존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백악관은 화웨이가 자사의 최신 어센드 칩을 기반으로 개발한 AI 플랫폼 '클라우드매트릭스 384'가 블랙웰 칩을 적용한 NVL72와 유상한 성능을 낸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화웨이가 내년에는 엔비디아를 겨냥한 '어센드 910C' 가속기를 수백만 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시급성을 더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화웨이의 올해 어센드 칩 생산능력을 약 20만 개 수준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행정부가 H200의 대중 수출을 허용한 것은 미국이 중국 시장 점유율을 유지함과 동시에 중국의 자립 기술을 낮추려는 이중 포석이라고 10일 보도했다.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침 리 선임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중국 내의 (H200과 그 이상 성능의 칩 개발) 혁신 인센티브를 줄일 목적으로 구형 기술을 수출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엔비디아 H200은 전량이 대만 TSMC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중국 수출용은 먼저 미국으로 옮겨져 안보 심사를 거친 뒤 중국 내 구매자에게 전달된다. 미 행정부는 이 과정에서 H200 매출의 25%를 건네받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미국의 제조업을 강화하며 미국 납세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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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사진=로이터/연합)

◇ 자립 기술 강조하는 中…H200 도입할지 미지수


다만 중국이 H200을 적극적으로 도입할지는 불확실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AI 기술 자립을 목적으로 H200 칩 사용을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칩을 구매할 경우 자국산 대안 제품을 쓰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등 승인 절차가 의무화될 가능성이 크며, 정부 산하 기관의 H200 구매를 금지하는 조치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200은 기술적으로 화웨이, 캄브리콘, 무어스레드 등 중국 업체들의 어떤 제품보다 최소 한 세대 이상 앞선 성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중국 정부는 그동안 자국산 칩 사용을 강하게 장려해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은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제한한 'H20'에 대해서도 실제로는 사용을 제한한 바 있다.


중국이 미국 기술력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특히 미·중 관계가 다시 악화될 경우 H200 칩 공급이 언제든 차단될 수 있다는 점이 중국에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 위쳇에는 “미국은 오늘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할 수 있지만 다음날 다시 금지 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며 “중국이 미국 칩에 의존하는 한, 미국은 이를 이용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적었다.


외교·안보 싱크탱크 아시아그룹의 조지 첸 파트너는 “H200 칩은 단순한 AI 칩를 넘어 미중 관계가 얼마나 좋거나 나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H200 중국 수출 허용 조치를 두고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도 반발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의 크리스 맥과이어 선임연구원은 “H200 칩 수출 완화는 딥시크와 같은 중국 AI 기업들에 경쟁력을 더해줄 수 있다"며 “중국이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왜 미국이 먼저 양보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현재 연방상원에는 H200을 포함해 블랙웰 기반 칩의 중국 수출을 향후 30개월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이 법안의 제안자 명단에는 민주당뿐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이름을 올렸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클 하원의원은 “딥시크는 중국 공산당에 첨단 칩을 판매하는 것의 위험성을 일깨워준 경고음이었어야 했다"며 “중국은 성능이 낮은 엔비디아 칩으로 세계에서 가장 앞선 오픈소스 AI 모델을 개발했다. H200과 같은 고성능 하드웨어가 중국에 넘어갈 경우 그들이 무엇을 해낼지 생각만 해도 섬뜩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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