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사진=로이터/연합)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이달 기준금리를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환율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오는 19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인상할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0.75로 올라서면 1995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블룸버그는 “BOJ 워처(일본은행 통화정책 분석가)들은 이달 금리 인상을 모두 전망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임기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일본은행이 실제로 금리를 올릴 경우 지난 1월 이후 11개월 만의 인상이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고, 4개월 뒤인 7월엔 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했다. 올해 1월에는 0.5%로 인상한 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10월까지 6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앞서 우에다 총재는 이달 들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1일 “인상 여부에 대한 장단점을 검토한 뒤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완화적인 금융 환경 속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경제 활동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BNP파리바는 관련 보고서에서 “12월 금리 인상에 대해 사실상 사전 통지서"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임금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과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경기지표가 잇따라 나온 점도 금리 인상 기대를 키웠다. 일본 물가 상승률 역시 목표치인 2%를 3년 반 넘게 상회하고 있다.
시장에서 이달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보는 만큼 일본은행이 향후 긴축 기조를 얼마나 이어갈지가 최대 관건이다. 핵심 단서는 중립금리에서 나올 수 있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부양하지도, 경제에 부담을 주지도 않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뜻한다.
핵심 관심사는 우에다 총재가 이번 정책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중립금리에 대해 언급할지 여부다. 그는 이달 초 “중립금리가 1~2.5% 사이에 분포하고 있다"며 “향후 범위를 좁힐 수 있다면 적절한 시점에 공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립금리 범위가 좁혀지거나 하단이 상향 조정될 경우 일본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예상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일본 기준금리가 0.75%로 인상되더라도 일본은행 위원들이 여전히 중립금리를 하회한다고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일부 위원들은 금리가 1%여도 중립금리보다 낮다고 덧붙였다.
외환전문 매체 에프엑스엠파이어는 “일본은행의 중립금리가 엔화 환율을 주도할 핵심 요인"이라며 “중립금리가 1.5~2.0% 범위로 높아지면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여러 차례 인상해 미일 금리차가 상당히 좁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이어 “금리차가 좁혀지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촉발해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엔으로 급락(엔화 강세)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규모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여파로 '8·5 블랙먼데이' 사태가 발생했고, 이때 한국 코스피지수는 8.77% 급락해 종가 기준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다만 일본은행이 이번 회의에서 매파적 기류를 강하게 드러낼 경우, 고공행진 중인 일본 국채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장기 금리 지표인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연 1.983%까지 오르면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국채금리 급등은 적극 재정을 선호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국채 이자 부담을 키운다. 블룸버그는 우에다 총재가 이번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인상과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를 어떻게 설득할지에 대한 질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대로 일본은행이 이를 의식해 이번 정책회의에서 비둘기파적인 신호를 내비칠 경우 엔/달러 환율은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엔/달러 환율은 현재 달러당 155.76엔 수준으로, 160엔을 향해 치솟을 경우 일본 금융당국이 시장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에프엑스엠파이어는 일본 중립금리 하단이 1%로 유지되면 엔/달러 환율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매파적 신호와 비둘기파적 신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우에다 총재에게 중대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